S47 SNP 수준에서 유전체 조각 수준으로
지금까지 다룬 대부분의 변이는 SNP, 즉 염기 하나 수준이었습니다. 이 편에서는 시야를 완전히 바꿔, 유전체 조각 약 50염기 이상~수백만 염기가 통째로 사라지거나(결실, deletion), 복제되거나(중복, duplication), 뒤집히거나(역위, inversion), 아예 다른 염색체로 옮겨붙는(전좌, translocation) **구조 변이(SV, Structural Variant)**를 다룹니다. 이런 변이는 유전자를 통째로 망가뜨리거나, 서로 다른 두 유전자를 이어붙여 새로운 융합 유전자(fusion gene)를 만들 수 있어 — 특히 암에서는 BCR-ABL 융합처럼 질병을 직접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문제는 짧은 시퀀싱 리드(보통 100~150bp)로는 이런 대형 변이를 직접 "보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대신 리드가 참조 유전체에 정렬되는 패턴의 이상 징후를 통계적으로 탐지해 구조 변이를 역추론합니다.
리드 정렬 패턴에서 구조 변이 신호 읽어내기
정상 페어드-엔드 정렬의 기준선
페어드-엔드(paired-end) 시퀀싱에서는 한 DNA 조각의 양쪽 끝을 읽어 리드 쌍을 만듭니다. 참조 유전체가 실제 시료와 같다면, 이 리드 쌍은 (1) 같은 염색체에서 (2) 서로 마주보는 방향으로 (3) 라이브러리 평균 삽입 크기(insert size, 보통 300~500bp) 내외의 간격으로 정렬됩니다. 구조 변이가 있으면 이 세 조건 중 하나 이상이 깨집니다.
| 변이 유형 | 리드 쌍 정렬 패턴 |
|---|---|
| 결실(Deletion) | 삽입 크기가 기준선보다 비정상적으로 큼(두 리드 사이 참조 서열이 실제로는 없으므로) |
| 중복(Duplication, tandem) | 삽입 크기가 비정상적으로 작거나, 리드 방향이 뒤바뀜(reverse-forward) |
| 역위(Inversion) | 정상은 서로 마주보는(FR) 방향인데, 같은 방향(FF 또는 RR)으로 정렬됨 |
| 전좌(Translocation) | 리드 쌍의 두 리드가 서로 다른 염색체에 정렬됨 |
이렇게 기대 패턴에서 벗어난 리드 쌍을 **불일치 리드쌍(discordant read pair)**이라 부릅니다. 여기에 더해, 변이 접합부(breakpoint)를 정확히 관통하는 리드는 정렬 도중 중간에서 잘려(clip) 앞부분과 뒷부분이 서로 다른 위치에 매핑되는 **분할 리드(split read)**로 나타납니다. Manta(Chen et al., 2016), DELLY(Rausch et al., 2012), LUMPY(Layer et al., 2014) 같은 도구는 불일치 리드쌍과 분할 리드 증거를 함께 클러스터링해 접합부를 염기 수준까지 정밀하게 좁힙니다.
Read Depth 기반 CNV 검출: 포아송 검정으로 복제수 변화 찾기
전좌·역위는 리드 쌍 방향으로 찾지만, 결실이나 중복 같은 **복제수 변이(CNV, Copy Number Variant)**는 또 다른 신호 — 정렬된 리드 개수(read depth) 자체의 변화로도 검출할 수 있습니다. 유전체를 일정 크기 구간(bin)으로 나누고, 정상 이배체(diploid)에서 각 구간에 기대되는 평균 리드 수 를 기준선으로 삼습니다. 한 카피가 사라진 구간(hemizygous deletion)에서는 기대 리드 수가 대략 로 줄어듭니다.
관측 리드 수 가 포아송분포 를 따른다고 가정하면, 가 충분히 크므로(보통 수십~수백) 정규분포로 근사해 로 검정할 수 있습니다.
손 계산 예제: 정상 이배체 vs 단일카피 결실 구간 판별
정상 이배체 기준 리드 수가 인 구간에서, 어떤 개체의 관측 리드 수가 였습니다. 이 값이 정상(이배체, )인지, 단일카피 결실()인지 검정해봅시다.
정상(이배체) 가설:
은 정규분포에서 수준으로, 정상 이배체 가설은 강하게 기각됩니다.
단일카피 결실 가설:
은 전혀 이례적이지 않은 값입니다(양측 ). 즉 관측치 52는 "정상 이배체"로는 설명되지 않지만 "단일카피 결실"로는 잘 설명됩니다.
이 log2 비율은 로, 단일카피 손실의 이론값 에 가깝습니다 — CNV 도구가 실제로 이 log2 ratio를 구간별로 계산해 나열하는 이유입니다. 실제 게놈에서는 인접한 수백~수천 개 구간의 log2 ratio를 변화점 검출(change-point detection) 알고리즘인 CBS(Circular Binary Segmentation, Olshen et al., 2004)로 연결해, "복제수가 일정한 구간"의 경계를 찾아냅니다.
R 실습: Read Depth 기반 CNV 판별 재현
# 앞의 손 계산 예제를 코드로 재현
lambda0 <- 100 # 정상 이배체 기준 리드 수
x_obs <- 52 # 관측 리드 수
z_diploid <- (x_obs - lambda0) / sqrt(lambda0)
z_deletion <- (x_obs - lambda0 / 2) / sqrt(lambda0 / 2)
cat(sprintf("이배체 가설 Z = %.3f (p = %.2e)\n", z_diploid, 2 * pnorm(-abs(z_diploid))))
cat(sprintf("단일카피 결실 가설 Z = %.3f (p = %.3f)\n", z_deletion, 2 * pnorm(-abs(z_deletion))))
cat(sprintf("log2 ratio = %.3f (이론값 -1.0에 근접)\n", log2(x_obs / lambda0)))CS 매핑
- 이상치 탐지(Anomaly Detection): 정상 정렬 패턴이라는 기준 분포에서 벗어난 리드 쌍을 찾는 것은, 정상 트래픽 분포에서 벗어난 패킷을 찾는 네트워크 이상 탐지와 동일한 통계적 틀입니다.
- 변화점 검출(Change-point Detection): 인접한 read-depth 구간을 이어붙여 복제수가 일정한 segment의 경계를 찾는 CBS 알고리즘은, 시계열 데이터에서 평균이 바뀌는 지점을 찾는 변화점 검출 문제와 동일합니다.
- 그래프 기반 매칭(Breakend Graph): 여러 개의 불일치 리드쌍·분할 리드 증거를 하나의 접합부로 통합하는 것은, 노드(후보 breakpoint)와 엣지(지지 증거)로 이루어진 그래프에서 클러스터를 찾는 그래프 알고리즘 문제로 볼 수 있습니다.
자주 만나는 결함
- 반복서열 영역의 매핑 품질 무시: 텔로미어·centromere 근처나 세그먼트 중복(segmental duplication) 영역은 애초에 다중 매핑이 흔해, 낮은 매핑 품질(MAPQ)의 리드로만 지지되는 SV 호출은 위양성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 단일 증거 유형만으로 판정: 불일치 리드쌍만 있고 분할 리드 증거가 전혀 없는 SV 호출은 대체로 신뢰도가 낮습니다. Manta 같은 도구는 여러 증거(국소 조립 포함)를 통합해 신뢰도를 매기지만, 모든 호출에 두 증거 유형을 동시에 강제하지는 않습니다 — 여러 증거가 일치하면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필터링 시 지지 증거 개수·유형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 read depth 모델을 순수 포아송으로 가정: 실제 read count는 GC 편향, 매핑 가능성, 반복서열, 캡처 효율, 배치 효과 등으로 포아송보다 분산이 큰 경우(overdispersion)가 흔합니다. 실무 CNV 도구는 정규화·강건한 분산 추정이나 음이항분포(negative binomial) 모델을 쓰며, 단일 구간의 포아송 검정만으로 CNV를 확정하지 않습니다.
- 종양-정상 쌍 비교 없이 절대 CNV 판정: 암 유전체 분석에서 절대적인 복제수(absolute copy number)를 구하려면 종양 순도(purity)와 배수성(ploidy) 보정이 필요합니다. 단순 log2 ratio만으로 "이 구간은 2카피 결실이다"라고 단정하면 순도가 낮은 시료에서 크게 틀릴 수 있습니다.
더 깊게 파고 싶다면
본문은 BPD 연구진이 직접 재구성한 서술입니다. 원 논문과 공식 문서로 심화해봅시다.
- Manta 원 논문: Chen et al. (2016), Manta: rapid detection of structural variants and indels for germline and cancer sequencing applications, Bioinformatics.
- DELLY 원 논문: Rausch et al. (2012), DELLY: structural variant discovery by integrated paired-end and split-read analysis, Bioinformatics.
- LUMPY 원 논문: Layer et al. (2014), LUMPY: a probabilistic framework for structural variant discovery, Genome Biology.
- CBS 알고리즘 원 논문: Olshen et al. (2004), Circular binary segmentation for the analysis of array-based DNA copy number data, Biostatistics.
- CNVkit 원 논문: Talevich et al. (2016), CNVkit: Genome-Wide Copy Number Detection and Visualization from Targeted DNA Sequencing, PLOS Computational Biology.
구조 변이까지 다뤘으니, 이제 "이 변이가 정말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인가"라는 인과관계 질문 자체로 돌아갑니다. 관찰 연구는 교란 변수(confounding)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음 편 S49에서는 유전 변이를 자연의 무작위 실험(natural experiment)처럼 활용해 인과관계를 추론하는 **멘델리안 랜덤화(Mendelian Randomization)**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