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Playground

🧬
목록으로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 앨리슨·혼조, 암에 대항하는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풀다

우리 면역계에는 종양이 악용하는 브레이크가 있었다. 두 사람이 밝힌 CTLA-4와 PD-1이 어떻게 흑색종·폐암 표준치료를 바꿨는가.

중급
|
13
|
검증 완료 (2026-07)
진행률0/125 (0%)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 — 앨리슨·혼조, 암에 대항하는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풀다

이 글을 읽으면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면역계의 조절 브레이크를 밝혀 암 면역치료의 새 시대를 연 두 사람에게 돌아갔습니다. 미국 텍사스 MD 앤더슨의 제임스 앨리슨은 T세포의 CTLA-4가 T세포 과잉 활성을 억제하는 브레이크임을 밝히고, 이 브레이크를 항체로 차단하면 종양을 공격할 수 있음을 마우스와 인간에서 증명했습니다. 일본 교토대학의 혼조 다스쿠는 별개 브레이크인 PD-1을 발견했고, 이를 표적하는 항체가 여러 종류의 진행성 암에 놀라운 효과를 보임을 증명했습니다. 두 발견 위에서 만들어진 이필리무맙(Yervoy), 니볼루맙(Opdivo), 펨브롤리주맙(Keytruda) 등의 관문 억제제 계열이 흑색종·비소세포성 폐암·신장암·방광암·간암·두경부암 등 20여 종 암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고, 이는 21세기 항암 치료의 결정적 전환이 됐습니다.


상식과 다른 이야기 — 종양은 면역계의 브레이크를 이용해 도망칩니다

"암은 몸의 자기 세포에서 유래하니 면역계가 인식하지 못한다"는 상식은 반쪽만 맞습니다. 사실 우리 몸의 T세포는 종양세포의 돌연변이 항원을 상당수 인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종양이 살아남는 이유는, 종양이 면역계의 자연 브레이크를 악용해 T세포의 공격을 무력화하기 때문입니다.

CTLA-4와 PD-1은 원래 T세포 반응이 지나치게 강해지지 않도록 설계된 자연 브레이크입니다. 감염이 끝난 뒤 T세포가 계속 활성화되어 있으면 자가면역이 발생하므로, 몸은 이런 브레이크로 반응을 조절합니다. 그런데 종양은 이 시스템을 뒤집습니다. 종양세포와 그 주변 조직이 PD-L1(PD-1의 리간드)을 발현해 T세포에 "공격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T세포는 브레이크가 걸린 채 종양 옆을 지나가고, 종양은 계속 증식합니다.

CS 프레임으로 옮기면 이것은 정상 시스템의 kill switch를 adversarial 표적이 악용하는 상황입니다. 원래 kill switch는 시스템 안정을 위한 안전 장치인데, 공격 대상이 이 switch를 스스로 활성화시켜 대응 프로세스를 마비시킵니다. 관문 억제제는 이 상황을 뒤집습니다. 항체로 CTLA-4 또는 PD-1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면 T세포의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T세포는 종양세포를 공격합니다. 종양 특이적 T세포가 이미 몸 안에 있다는 전제 하에, 관문 억제제는 그 T세포의 발이 묶이지 않게 해방시키는 약입니다.


시대의 풍경 — 판문점 도보다리와 싱가포르 회담

2018년의 한국은 남북관계에서 극적인 전환의 해를 맞았습니다. 2월 9~25일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며 남북 공동 개회식 입장이 이루어졌고, 한반도기가 스타디움에 등장했습니다. 이 상징적 순간이 남북 정상회담으로 이어졌습니다. 4월 27일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판문점 선언을 발표했습니다.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이 나눈 개인적 대화 장면이 상징적 이미지로 세계에 전해졌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새 국면이 시작됐습니다.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트럼프-김정은의 사상 첫 미북 정상회담이 열렸습니다. 실질 합의보다 상징성이 컸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국제 정치의 새 변수가 만들어진 것은 분명했습니다. 이후 이 흐름은 몇 년간 우여곡절을 겪게 됩니다.

국내적으로는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둘러싼 노동·경제 논쟁이 격화됐고, 미투 운동이 국내로 확산되며 문화계·정치계 여러 인물의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습니다.

세계에서는 11월 중국의 허젠쿠이(He Jiankui)가 CRISPR로 유전자를 편집한 쌍둥이 아기의 탄생을 발표하며 국제적 규탄이 폭발했습니다. 배아 유전자 편집을 임상에 적용한 첫 사례였고, 인류가 생명공학 사용의 규범에 대해 강력한 국제 합의가 필요함을 절실히 확인시킨 사건이었습니다. 허젠쿠이는 이후 중국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3월 페이스북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이 폭로되어 8700만 명의 사용자 데이터가 정치 캠페인에 무단 사용된 사실이 드러났고, 소셜 미디어의 데이터 사용에 대한 국제 규제 논의가 본격화됐습니다. 3월 14일 스티븐 호킹이 서거했고, 4월 브라질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 유죄로 수감됐습니다.

과학계에서 이 상은 암 치료의 세대 전환을 인정한 결정이었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항암 치료는 세포 자체를 죽이는 세포독성 화학요법에서 표적 소분자로, 다시 표적 항체로 진화해 왔지만, 면역계 자체를 활성화시키는 접근은 오랫동안 실패의 역사였습니다. 앨리슨과 혼조의 발견이 이 벽을 뚫었고, 노벨위원회는 이 전환의 두 개척자에게 상을 주었습니다.


인물 서사 — 텍사스의 락 뮤지션과 교토의 조용한 학자

제임스 앨리슨(1948~ ) 은 미국 텍사스주 앨리스 태생. 텍사스 대학 오스틴에서 학사·박사학위를 받고 이후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메모리얼 슬로언 케터링 암센터, 텍사스 대학 MD 앤더슨 암센터를 거쳤습니다. 그는 학자로서의 이력 외에 락 하모니카 뮤지션으로도 유명합니다. 노벨상 시상식 전날 자기 밴드 "The Checkmates"와 함께 스톡홀름에서 공연을 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앨리슨의 문제 설정은 대담했습니다. 1990년대 초 T세포 활성화 신호 연구가 진행되면서, CD28이 T세포를 활성화하는 공동자극 수용체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런데 유사한 구조의 다른 수용체 CTLA-4 — 활성화된 T세포에서만 발현되는 — 의 기능이 미스터리였습니다. 대다수 연구자는 CTLA-4가 CD28의 보조 활성화 수용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앨리슨은 반대 가설을 세웠습니다. "CTLA-4가 오히려 T세포를 억제하는 브레이크가 아닐까?"

1996년 앨리슨 팀의 논문이 이 가설을 증명했습니다. CTLA-4 항체로 이 수용체를 차단하면 마우스 T세포의 종양 공격이 강화됐고, 확립된 종양이 회귀했습니다. 이 관찰이 관문 억제제 개념의 첫 실증이었습니다. 이후 임상 개발이 시작됐고, 여러 우여곡절 끝에 2011년 이필리무맙(제품명 Yervoy) 이 진행성 흑색종 치료제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습니다. 20년 이상 새로운 표준치료가 없던 진행성 흑색종에서 처음으로 생존 기간 유의미 개선을 보인 약이었습니다.

혼조 다스쿠(1942~ ) 는 일본 교토 태생. 교토대학 의학부에서 M.D., 도쿄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국 카네기 연구소와 국립보건원에서 박사후 연구를 마친 뒤 오사카대학과 교토대학에서 자기 실험실을 세우고 평생을 보냅니다. 그의 초기 대표 업적은 면역글로불린 클래스 스위칭 — 항체가 IgM에서 IgG·IgE 등으로 클래스가 바뀌는 유전적 재조합 — 의 분자 기전 해명이었습니다. AID(activation-induced cytidine deaminase)라는 결정적 효소를 발견해 이 분야의 큰 축을 세웠습니다.

PD-1은 1992년 혼조 실험실이 우연히 발견했습니다. 세포자멸사 관련 유전자를 찾던 중 우연히 클로닝된 이 유전자에 그는 "Programmed cell Death-1"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처음에는 이름과 실제 기능이 달랐지만 이 명칭이 굳어졌습니다. 이후 실험실은 PD-1이 T세포의 억제 수용체이며 자가면역 질환 방지에 기여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앨리슨과 혼조는 서로 독립적으로 각자의 브레이크를 발견했고, 두 접근이 임상에서 만났습니다. PD-1 계열의 항체 — 니볼루맙(Opdivo, 2014년), 펨브롤리주맙(Keytruda, 2014년) — 이 여러 진행성 암에서 놀라운 반응률을 보이며 21세기 항암 치료의 새 표준이 됐습니다. 특히 펨브롤리주맙(Keytruda)은 20여 종의 암 적응증을 획득하며 세계 매출 최대 항암제로 자리 잡습니다.

두 사람의 스타일은 대조적이었습니다. 앨리슨은 활달하고 언론 노출을 즐기는 사람. 혼조는 조용하고 학자적인 사람. 두 사람이 함께 상을 받으며 시상식에 나란히 선 장면이 21세기 항암 면역치료의 상징적 이미지로 남았습니다.


핵심 업적 — CS 프레임으로 본 관문 억제 아키텍처

T세포 활성화의 정상 파이프라인을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활성화 신호 1: 항원제시세포(APC)가 표면의 MHC에 항원 조각을 실어 T세포에 제시. T세포의 TCR(T cell receptor)이 이 항원을 특이적으로 인식하면 활성화 신호가 발생합니다.
  • 활성화 신호 2 (공동자극): T세포 표면의 CD28이 APC 표면의 B7(CD80/86) 과 결합하면 활성화가 완성됩니다. 이 두 신호가 모두 있어야 T세포가 완전 활성화됩니다.
  • 자연 브레이크 (CTLA-4): T세포가 활성화된 뒤 몇 시간~며칠 안에 CTLA-4가 표면에 나타납니다. CTLA-4는 CD28보다 훨씬 강하게 B7에 결합해 CD28의 활성화 신호를 억제합니다. 이는 T세포 반응이 무한정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자연 kill switch.
  • 말초 억제 (PD-1/PD-L1): 활성화된 T세포는 PD-1도 발현합니다. 표적 조직이 PD-L1을 발현하면 T세포의 공격이 억제됩니다. 이는 자가 조직에 대한 우발적 공격을 방지하는 말초 관용 메커니즘.

종양의 회피 아키텍처는 이 정상 시스템을 조작합니다.

  • CTLA-4 축: 종양이 T세포의 CTLA-4 발현을 유도해 초기 활성화 자체를 억제합니다. 종양 부근에 있는 T세포가 완전히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 PD-1/PD-L1 축: 종양세포와 종양 미세환경의 여러 세포(대식세포·섬유아세포 등)가 PD-L1을 대량 발현해 T세포에 "공격하지 말라"는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냅니다. T세포가 활성화되어 있어도 종양에 도달하면 무력화됩니다.

관문 억제제의 작용은 이 회피 시스템을 뒤집습니다.

  • anti-CTLA-4 (이필리무맙): CTLA-4에 결합해 이 브레이크를 물리적으로 차단합니다. T세포의 초기 활성화가 회복됩니다.
  • anti-PD-1 (니볼루맙, 펨브롤리주맙): PD-1에 결합해 종양의 PD-L1 신호를 무력화합니다. 활성화된 T세포가 종양을 공격할 수 있게 됩니다.
  • anti-PD-L1 (아테졸리주맙, 아벨루맙 등): PD-L1에 결합해 같은 결과를 얻습니다.
  • 병용 요법: CTLA-4와 PD-1을 동시에 차단하면 흑색종 등 일부 암에서 더 큰 효과를 보입니다. 부작용은 함께 증가합니다.

이 시스템의 CS 대응은 명확합니다. 원래 시스템의 kill switch를 adversarial 표적이 악용하는 상황을, 항체로 그 kill switch를 물리적으로 잠그는 방식입니다. 이는 소프트웨어 보안의 대응 프레임과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정상 방어 프로세스가 특정 신호에 의해 kill되는 취약점을 발견하면, 그 kill 신호를 무력화하는 방화벽 룰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아키텍처입니다.

이 비유의 한계도 짚어야 합니다. 관문 억제제는 T세포 특이성 자체를 만들지 않습니다. 종양 특이적 T세포가 몸 안에 이미 존재해야 관문 억제가 의미를 갖습니다. 면역원성(immunogenicity)이 높은 종양 — 돌연변이가 많고 T세포가 이미 인식할 수 있는 종양 — 에서 효과가 큽니다. 면역원성이 낮은 "차가운 종양(cold tumor)" 에서는 반응률이 낮습니다. 반응률의 이 이질성이 오늘 면역치료 개발의 큰 도전 중 하나이며, 다양한 조합 요법 개발이 진행 중입니다.


왜 중요한가 — 항암 치료의 20세기와 21세기 사이

첫째, 진행성 흑색종의 재정의입니다. 이필리무맙 승인 전 진행성 흑색종은 5년 생존율 5% 미만의 절망적 예후였습니다. 이필리무맙 이후, 그리고 특히 PD-1 억제제 병용 요법 이후, 5년 생존율이 50%를 넘는 환자군이 생겼습니다. 이 정도의 근본적 예후 변화는 지난 100년 항암 역사에서 손꼽히는 사건이었고, 20세기 후반의 치료 실패 목록에서 흑색종은 21세기 성공 사례로 위치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둘째, 여러 진행성 암의 표준 치료 변화입니다. 비소세포성 폐암에서 PD-1 억제제가 1차 치료로 진입해 화학요법 단독보다 유의미한 생존 개선을 보였습니다. 신장세포암·방광암·두경부암·간세포암·자궁내막암 등 20여 종의 암 적응증에서 관문 억제제가 승인됐고, 각 암 종의 표준 치료가 재편됐습니다.

셋째, 바이오마커 기반 정밀 사용의 확산입니다. PD-L1 발현 검사 가 종양 조직에서 정량화되어 관문 억제제 반응률 예측에 사용됩니다. 종양 돌연변이 부담(TMB, Tumor Mutational Burden) 이 높은 종양이 반응률이 높다는 관찰도 확립됐고, 이 지표들이 임상 결정에 사용됩니다. 암 종에 관계없이 TMB나 미소부수체 불안정성(MSI-H)이 높은 경우 관문 억제제 승인(tissue-agnostic approval)이라는 새 승인 카테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넷째, 병합 치료의 시대입니다. 관문 억제제 단독으로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위해 여러 조합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관문 억제제 + 화학요법, 관문 억제제 + 표적 항체, 관문 억제제 + 방사선, 관문 억제제 + 다른 면역 활성화제 등. 오늘의 진행성 암 임상시험 대부분에 관문 억제제가 어떤 형태로든 포함되어 있습니다.

다섯째, 면역 관련 부작용의 새 임상 관리가 필요해졌습니다. 관문 억제제는 T세포 반응을 전반적으로 강화시키므로 자가면역 유사 부작용 — 피부염·대장염·간염·내분비 이상 등 — 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를 조기 감지하고 관리하는 것이 임상 종양학의 새 표준 절차가 됐습니다.

여섯째, 면역치료의 확장입니다. 관문 억제제의 성공 이후 여러 다른 면역치료 접근이 활성화됐습니다. CAR-T 세포치료 (환자 T세포를 유전자 편집으로 종양 표적화 능력을 부여), 암 백신 (특정 종양 항원에 대한 면역 반응 유도), 종양 용해성 바이러스 (종양을 특이적으로 감염시켜 죽이는 바이러스), 이중특이 항체 (T세포와 종양세포를 동시에 결합해 접촉시킴). 이 모든 접근이 관문 억제제와 조합될 수 있고, 21세기 후반의 항암 치료는 이 도구 상자를 어떻게 조합하는가의 이야기가 됩니다.

일곱째, 인간 면역계에 대한 이해의 재편입니다. 우리 몸이 왜 종양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가에 대한 답 하나가 이 이야기에서 나왔습니다. 면역계는 종양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지만, 종양이 시스템의 조절 회로를 악용하기 때문에 이길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 관점이 자가면역 질환·감염병·이식 거부 등 다른 면역 이슈에도 적용되어, 관문 조작을 통한 면역 반응 미세조정이라는 새 치료 원리가 여러 축에서 개발되고 있습니다.

T세포는 이미 종양을 인식하고 있었지만, 브레이크가 걸려 공격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통찰이 21세기 초 항암 치료의 판을 뒤집었습니다. 새 세기 열여덟 번째 노벨 생리의학상이 이 통찰의 두 개척자에게 이름을 붙였고, 그 뒤로 이어지는 mRNA 백신·CAR-T·유전자 편집의 흐름이 이 위에서 확장됩니다.


→ 이전: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 다음: 2019년 노벨 생리의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