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 — 홀·로스배시·영, 몸속 시계의 톱니바퀴를 발견하다
이 글을 읽으면
2017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우리 몸이 어떻게 외부 시계가 없이도 24시간 주기를 스스로 유지하는가 — 즉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의 분자 시계 — 를 밝힌 세 미국인 학자에게 돌아갔습니다. 미국 브랜다이스 대학의 제프리 홀과 마이클 로스배시는 1984년 초파리에서 Period(PER) 유전자를 최초로 클로닝했고, 록펠러 대학의 마이클 영은 1990년대 Timeless(TIM)와 Doubletime(DBT) 등 후속 유전자를 발견했습니다. 세 실험실의 발견이 합쳐지자 몸속 시계의 톱니바퀴가 음성 피드백 루프로 작동하는 자기 진동 오실레이터임이 드러났고, 이는 수면·대사·호르몬·면역·인지 모든 리듬의 분자적 기반이 됐습니다. 시차 적응·야간 근무 건강 위험·시간 요법(chronotherapy) 등 오늘의 실용 논의가 이 발견 위에서 진행됩니다.
상식과 다른 이야기 — 몸속 시계는 태양이 아니라 유전자가 만듭니다
"우리 몸이 24시간 주기를 갖는 것은 태양의 빛 자극 덕분"이라는 상식은 절반만 맞습니다. 실제로 인간을 완전한 암실이나 지속 조명 아래 격리해도 약 24시간 주기의 리듬이 유지됩니다. 잠·체온·호르몬 분비·인지 성능 모두가 외부 자극과 무관하게 자기 리듬을 이어갑니다. 이는 몸속에 자기 진동 오실레이터가 있음을 뜻하고, 20세기 후반까지 이 오실레이터의 정체가 미스터리였습니다.
세 수상자가 밝힌 것은 이 오실레이터의 분자 회로였습니다. 몇 개의 시계 유전자가 서로를 조절하는 음성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 대략 24시간 주기의 자기 진동을 발생시킵니다. 낮 동안 PER 단백질이 합성되어 밤에 쌓이고, 밤 동안 PER가 자기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해 자기 자신의 생산을 멈춥니다. PER가 분해되면 다시 유전자가 켜지고 새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이 자기 조절 루프가 대략 24시간이라는 주기를 만듭니다.
CS 프레임으로 옮기면 이것은 하드웨어 클럭 오실레이터의 자연 대응입니다. 크리스털 오실레이터가 자기 진동으로 clock cycle을 만들 듯, 시계 유전자와 그 단백질이 자기 진동으로 24시간 사이클을 만듭니다. 몸의 다른 모든 리듬 — 수면-각성 사이클, 코티솔 리듬, 체온 리듬, 소화 리듬 — 이 이 마스터 클럭에 동기화됩니다. 태양광은 이 시계를 강제 재설정하는 외부 동기화 신호일 뿐이지, 시계 자체가 아닙니다.
시대의 풍경 — 촛불 정부의 출발과 미투의 폭발
2017년 한국은 촛불의 결과로 시작됐습니다. 3월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파면을 확정했고, 5월 9일 조기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어 5월 10일 취임했습니다. 촛불 정부의 출발이었고, 검찰 개혁·적폐 청산·소득주도성장이 정부의 화두가 됐습니다. 12월 위안부 합의 재검토를 위한 태스크포스가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한일 관계에 새 변수가 만들어졌습니다.
동시에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한한령(한국 문화 제한)**이 이어져 K팝·드라마·관광 산업이 큰 타격을 입었고, 롯데는 사드 부지 제공 대가로 중국 사업이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시험 발사가 급증하며 미북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고, 트럼프와 김정은의 상호 격한 표현이 이어졌습니다.
세계에서는 트럼프 임기 첫 해가 시작됐습니다. 6월 파리 협정 탈퇴 선언, 이란 핵협정 위협, 반이민 행정명령 등 이전 국제 규범을 흔드는 조치가 계속됐습니다. 10월 1일 라스베가스 총기 난사에서 59명이 사망하며 미국 사상 최대 총기 사건이 됐고, 총기 규제 논쟁이 다시 촉발됐습니다.
10월 하비 웨인스틴 성폭력 스캔들이 뉴욕 타임스에 폭로되며 미투(#MeToo) 운동이 세계로 확산됐습니다. 영화·언론·정치 여러 분야에서 성폭력 폭로가 이어졌고, 이는 21세기 후반 여성 권리 운동의 결정적 전환점으로 기록됩니다.
기술 세계에서는 11월 아이폰 X가 페이스ID와 홈버튼 제거로 스마트폰 인터페이스의 새 표준을 열었고, 12월 비트코인이 2만 달러를 돌파하며 암호화폐의 첫 대규모 광풍이 시작됐습니다. 10월 알파고 제로 발표로 딥마인드는 인간 대국 데이터 없이 자가 학습만으로 세계 최강이 되는 시스템을 공개했고, 강화학습의 새 지평이 열렸습니다.
과학계에서 이 상은 흥미로운 세대 이야기였습니다. 세 수상자 모두 1970년대에 초파리 유전학을 시작했고, 40년 이상 이 주제 하나에 매진해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노벨상이 다른 주제로 전환하기 쉬운 시대에 하나의 문제에 평생을 바친 사례로 자주 인용됩니다.
인물 서사 — 초파리와 40년, 세 실험실의 톱니바퀴
시모어 벤저(Seymour Benzer) 는 이 이야기의 배경 인물입니다. 1970년대 초 그의 캘텍 실험실은 초파리 행동 유전학의 문을 열었고, 그의 학생 론 코노프카(Ron Konopka) 가 1971년 주기가 이상한 세 종류의 초파리 돌연변이체 — 짧은 주기, 긴 주기, 무주기 — 를 스크리닝으로 골라냈습니다. 이 세 돌연변이체가 모두 하나의 유전자 좌 — Period(per) — 의 서로 다른 변이임이 확인됐지만, 그 유전자를 실제 클로닝하는 기술이 없어 10년 이상 정체가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제프리 홀(1945~ ) 은 미국 뉴욕 태생. 캘텍에서 벤저 실험실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브랜다이스 대학에 정착합니다. 마이클 로스배시(1944~ ) 는 미국 캔자스시티 태생. 브랜다이스 대학의 로스배시 실험실에서 자기 연구를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같은 대학의 동료로 협업을 시작합니다.
마이클 영(1949~ ) 은 미국 마이애미 태생. 위스콘신 대학에서 박사, 이후 록펠러 대학에 자기 실험실을 세우고 평생을 보냅니다.
세 실험실은 1980년대 초부터 각자 per 유전자를 실제 클로닝하려는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유전학은 유전자의 위치를 대략 알려주지만, 그 유전자의 실제 서열을 얻으려면 DNA 라이브러리에서 유전자를 물리적으로 뽑아내는 클로닝이 필요했습니다. 1984년 홀·로스배시 팀이 브랜다이스에서, 영 팀이 록펠러에서 거의 동시에 per 유전자를 클로닝했고, 두 논문이 나란히 발표됐습니다.
그러나 per 유전자 하나만으로는 시계가 설명되지 않았습니다. PER 단백질이 낮에 낮고 밤에 높다는 관찰이 축적되면서, 어떤 메커니즘이 이 진동을 만드는가가 새 질문이 됐습니다. 1990년대 초 홀·로스배시 팀은 PER가 자기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한다는 관찰을 보고했습니다. 즉 자기 자신을 조절하는 음성 피드백 루프. 이 관찰이 시계 회로의 기본 아키텍처를 확정지었습니다.
영 실험실은 후속 부품들을 발견했습니다. 1994년 Timeless(TIM) 유전자 — PER와 결합해 안정화시키는 파트너 단백질. 1998년 Doubletime(DBT) — PER를 인산화해 분해 시점을 조절하는 키나아제. 이 부품들이 합쳐지자 시계 회로의 정밀한 톱니바퀴들이 하나씩 자리를 잡았습니다. 낮 동안 PER 합성 → 밤 동안 PER-TIM 결합해 안정화 → PER-TIM 핵으로 이동해 자기 전사 억제 → PER의 인산화·분해로 억제 해제 → 새 사이클 이라는 24시간 순환이 밝혀졌습니다.
이후 마우스에서도 유사한 유전자군이 발견됐습니다. 인간 게놈에는 PER1·PER2·PER3, CRY1·CRY2, BMAL1·CLOCK 등의 시계 유전자가 있고, 초파리와 놀랍도록 유사한 회로를 이룹니다. 인간의 뇌 시상하부 상시교차 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 이 마스터 클럭이고, 이 SCN 뉴런들이 이 시계 유전자 회로를 통해 자기 진동을 유지합니다.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도 자체 시계가 있고 SCN에 동기화됩니다.
핵심 업적 — CS 프레임으로 본 24시간 오실레이터
일주기 시계의 분자 회로를 파이프라인으로 그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 낮 (Morning phase): CLOCK-BMAL1 이형이중체가 핵에서 PER과 CRY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해 그들의 전사를 활성화합니다. PER과 CRY 단백질이 세포질에서 서서히 합성되기 시작합니다.
- 저녁 (Evening phase): PER과 CRY 단백질이 세포질에 축적됩니다. 이때 DBT(카세인 키나아제 1)가 PER를 인산화해 분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TIM 또는 CRY가 결합하면 이 분해가 지연되며 축적이 진행됩니다.
- 밤 (Night phase): PER-CRY 복합체가 핵으로 이동해 CLOCK-BMAL1에 결합해 자기 유전자의 전사를 억제합니다. 음성 피드백 루프의 닫힘. 이 상태로 몇 시간이 유지됩니다.
- 새벽 (Dawn phase): PER과 CRY가 인산화 축적으로 분해되기 시작합니다. 억제가 서서히 풀리면서 CLOCK-BMAL1이 다시 활성화되고, 새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이 회로의 정체는 음성 피드백을 통한 자기 지연 발진 오실레이터입니다. 핵심 원리는 transcription-translation-degradation 사이의 시간 지연입니다. 유전자가 켜져도 단백질이 만들어지고 축적되고 분해되기까지 몇 시간이 걸리며, 이 지연이 진동의 주기를 결정합니다. CS의 언어로 이는 delay-based oscillator 또는 relaxation oscillator — 하드웨어 클럭 회로의 오래된 설계 원리와 정확히 대응합니다.
빛에 의한 동기화는 이 시스템의 조율 메커니즘입니다. 아침 햇빛이 망막에 도달하면 SCN으로 신호가 전달되고, 이 신호가 CRY 단백질을 활성 상태로 유도해 시계 위상을 조정합니다. 저녁 늦은 시간의 인공 조명이 이 조율을 어긋나게 만드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이 비유의 한계도 짚어야 합니다. 분자 시계는 순수 하드웨어 오실레이터와 달리 상당한 노이즈와 유연성을 가집니다. 개별 세포의 시계는 정확도가 낮지만 SCN의 수천 개 뉴런이 서로 동기화되어 안정된 마스터 클럭을 만듭니다. 또한 이 시계는 온도·수면·식사·운동 등 여러 환경 신호에 반응해 위상을 조정하는 유연성을 가지며, 이는 순수 결정론적 하드웨어 클럭에는 없는 특성입니다.
왜 중요한가 — 수면 의학, 시간 요법, 그리고 야간 근무의 위험
첫째, 수면 의학의 분자적 기반이 됐습니다. 가족성 조기 수면 증후군(familial advanced sleep phase syndrome) 이 인간 PER2 유전자의 특정 변이로 유발됨이 밝혀졌고, 이는 인간 수면 패턴이 유전자 수준에서 조절됨의 결정적 증명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수면 장애 — 지연성 수면-각성 위상 장애, 불규칙 수면-각성 리듬 등 — 이 시계 유전자 변이와 연관됨이 확인됐습니다.
둘째, 시간 요법(chronotherapy) 이 임상에 진입했습니다. 약물 효과와 부작용이 하루 중 어느 시간에 투여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는 관찰이 축적됐습니다. 예를 들어 항암제·항고혈압제·항염증제 여럿이 특정 시간대에 투여할 때 효과 대비 부작용 비율이 유리해집니다. 이는 표적 조직의 자체 시계와 약물 대사의 리듬 때문입니다. 21세기 초 이후 시간 요법이 여러 임상 시험에서 정식 변수로 다뤄지고 있고, 일부 지침에는 이미 반영됐습니다.
셋째, 야간 근무의 건강 위험이 분자적으로 이해됐습니다. WHO IARC는 2007년 야간 교대 근무를 발암 가능 요인(Group 2A) 으로 분류했습니다. 야간 근무자에서 유방암·전립선암·심혈관 질환·대사증후군 위험이 증가한다는 역학 관찰이 축적됐고, 이 위험이 시계 유전자 리듬의 지속적 교란에서 온다는 이해가 자리 잡았습니다. 이는 사회적 노동 정책의 논의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넷째, 시차 적응(jet lag)의 관리에 대한 실용 지식이 확산됐습니다. 몸의 마스터 클럭이 새 시간대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대당 약 하루가 걸리며, 이 과정에서 인지 성능·수면 질·소화 기능이 저하됩니다. 멜라토닌 보충, 광 노출 타이밍 조절, 식사 시간 조정 등의 개입이 시차 적응을 가속할 수 있음이 여러 연구로 확인됐고, 국제 여행자와 전문 스포츠팀들이 이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대사·심혈관 건강과의 강한 연결이 밝혀졌습니다. 간격 있는 식사(intermittent fasting) 나 시간 제한 식사(time-restricted eating) 가 대사 건강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관찰의 분자적 근거가 시계 시스템에 있습니다. 간·근육·지방 조직의 세포마다 자체 시계가 있고, 이 시계가 대사 유전자 발현을 시간대별로 조절합니다. 식사 시간이 이 리듬과 어긋나면 대사가 흐트러진다는 관점입니다.
여섯째, 노화와 시계 시스템 저하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SCN의 시계 유전자 진폭이 감소하고 위상이 흐트러지는 것이 여러 연구로 확인됐습니다. 노년기의 수면 장애, 대사 저하, 인지 저하의 일부가 이 시계 시스템 저하와 연관되며, 시계 시스템을 표적으로 하는 노화 개입이 새 연구 방향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초파리의 짧고 긴 주기 돌연변이 세 마리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40년의 실험 끝에 인간의 수면·대사·건강 이해의 뿌리가 됐습니다. 몸속에 이미 시계가 있었고, 그 톱니바퀴의 이름을 이제 우리는 안다는 사실이 이 상의 축약된 요지입니다.
→ 이전: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 다음: 2018년 노벨 생리의학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