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초보자가 되어도 괜찮다는 마음
오래 버티며 ‘다 아는 사람’의 자리를 지켜온 우리에게, 호기심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잠시 접어둔 것일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 사라진 게 아니라, 잠시 접어둔 것일 수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데도 자꾸 익숙한 길로 돌아가게 될 때가 있습니다. 하던 일, 먹던 것, 만나던 사람만 반복하면서 ‘나는 왜 이렇게 굳어졌을까’ 하고 자신을 탓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 대화에서는 호기심이 사라지는 배경에 상처와 생존의 시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깊은 배신을 겪었거나, 더는 사람을 믿지 않기 위해 마음의 욕망을 접어야 했던 시기 말입니다. 그때의 나에게 익숙함은 게으름이 아니라 안전에 가까웠을지도 모릅니다.
‘다 아는 사람’의 자리에서 잠시 내려오기
어른이 될수록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워집니다. 오랫동안 가르치고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다면, 어린 사람에게 배우거나 낯선 분야의 초보자가 되는 일이 어색할 수 있습니다. 내가 완성된 사람이어야 한다는 마음이 새로운 배움의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게 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망설임을 능력 부족으로 결론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체력이 부족할 수도 있고, 번거로운 절차가 버거울 수도 있습니다. 배우고 싶은 마음과 당장 움직일 수 있는 힘은 늘 같은 속도로 오지 않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욕망부터 살펴보는 일
먼저 물어볼 수 있습니다. ‘나는 정말 새로운 것을 알고 싶은가?’ ‘다시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는가?’
대답이 선명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욕망이 없어진 것이 아니라 언제, 무엇 때문에 놓아버렸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오늘 당장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 미뤄둔 질문 하나를 적어 보거나,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거나, 한 사람에게 조용히 배워 보는 정도면 됩니다.
초보자가 된다는 것은 쌓아온 시간을 지우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자리에서 다시 궁금해할 수 있도록 자신에게 여백을 내주는 일입니다. 그 여백은 성과를 위한 의무가 아니라, 아직 내 안에 남아 있는 삶의 방향을 확인하는 조용한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