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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유전체 데이터로 신약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 생물다양성 보전 분담금 외면 논란

Nature·2026년 11월 4일AI 큐레이션
공공 유전체 데이터로 신약 개발하는 다국적 기업, 생물다양성 보전 분담금 외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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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

전 세계 생명과학 연구진과 바이오 기업은 젠뱅크(GenBank)를 비롯한 공공 데이터베이스에서 자유롭게 유전체 서열을 내려받아 신약과 농작물 품종을 개발해 왔다. 과거에는 물리적 생물 표본을 직접 채집해야 연구가 가능했으나, 염기서열 해독 기술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생물 유전자원 자체가 디지털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Digital Sequence Information, DSI) 형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클릭 몇 번만으로 열대우림 희귀 식물이나 심해 미생물의 유전 정보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는 연구 환경을 맞이했다.

하지만 이 같은 데이터 개방성은 자원 부국과 다국적 기업 간의 해묵은 갈등을 다시 촉발했다. 2014년 발효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 유전자원에서 발생하는 이익을 원산국과 공정하게 공유하도록 규정했으나, 물리적 실체가 없는 DSI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아마존이나 아프리카 등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 거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자국의 유전자원을 데이터 형태로 무상 취득해 천문학적 상업 이익을 거두면서도 정작 자원 보전 비용은 분담하지 않는다고 꾸준히 지적해 왔다. 공공 유전체 데이터의 상업적 무임승차를 방지하고 생태계를 지킬 현실적 재원 마련 방안이 절실했던 이유다.

핵심 발견

제17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7)에 참석한 글로벌 리더들은 공공 유전 정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업들이 자연 보전을 위한 기금 납부를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선 총회에서 합의된 이익공유 메커니즘에 따라 자발적 분담 기금인 칼리 기금(Cali Fund)이 출범했으나, 실제 모금 실적이 당초 기대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자산 규모 5천만 달러를 초과하거나 연간 매출 2천만 달러 이상인 대규모 기업 가운데 공공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이익을 거둔 기업들을 대상으로 매출의 0.1% 또는 순이익의 1% 수준을 자발적으로 납부하도록 권고하는 기준이 마련됐다. 제약, 농업 생명공학, 화장품 분야 상위 글로벌 기업 수백 곳이 잠재적 기여 대상으로 분류됐지만, 실제 기금에 분담금을 출연한 기업 비율은 5% 미만에 머문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나고야의정서 체계가 개별 국가 간의 복잡한 양자 계약에 의존하며 막대한 행정 비용을 초래했던 반면, 다자간 기금 방식은 투명한 글로벌 징수를 목표로 설정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는 자발적 납부 방식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났다. 남미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당사국들은 대형 제약사들이 개방형 데이터베이스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면서도 생물다양성 보전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현실을 두고, 공공재 성격을 악용한 불공정 행위라고 규탄했다.

의미와 전망

이번 분쟁은 개방형 과학(Open Science)의 핵심 가치인 데이터의 자유로운 흐름과 글로벌 자원 정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유전체 데이터 접근에 과도한 비용 장벽이나 행정 규제가 신설될 경우 기초 생명과학 연구와 신종 감염병 대응을 위한 백신 개발 속도가 현저히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연구자들은 오픈 액세스 데이터베이스가 연구 생태계의 산소와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고 항변한다.

산업계 역시 난감한 입장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합성생물학이나 인공지능 기반 단백질 설계처럼 수천만 건의 공공 데이터를 교차 학습하는 최신 기술의 경우, 최종 제품 개발에 기여한 특정 유전 서열의 원산지를 역추적해 기여분을 산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어떤 서열이 얼마만큼의 상업적 가치를 창출했는지 계량화하는 명확한 기준이 부재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자발적 기부조차 법적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결국 국제사회는 자발적 기여를 넘어선 법적 구속력 도입 여부를 두고 격론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원산국들은 구속력 있는 의무 분담금 규정 도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반면, 선진국들과 산업계는 산업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신중론을 펴고 있다. 공공 데이터의 무제한적 공유를 유지하면서도 개도국의 생태계 보전 활동을 안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절충안이 도출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바이오 연구 협력 체계 전반이 분열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Nature, Published online: 03 November 2026; doi:10.1038/d41586-026-03554-6Global leaders at the COP17 biodiversity summit complained that companies using public genetic data are not paying into a voluntary fund to protect nature.

💬왜 중요하냐면:

글로벌 제약사와 바이오벤처는 공공 유전체 데이터 활용에 따른 컴플라이언스(규제 준수) 리스크를 조기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향후 다자간 기금 납부가 국제 표준이나 국가별 수입 인허가 요건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에서부터 활용한 유전 정보의 출처와 데이터베이스 이력을 문서화하는 공급망 추적 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장기적으로는 ESG 경영 평가 지표에 생물다양성 기여도가 직접 반영될 수 있으므로, 기업들은 자발적 분담금을 단순 비용이 아닌 규제 리스크 해소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선제적 투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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