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두더지와 다종 비교유전체학으로 밝힌 영장류 대뇌피질 주름과 CCNB1IP1의 진화

배경
포유류 진화사에서 대뇌피질의 비약적 팽창과 주름 형성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 발달을 이끈 핵심 사건으로 꼽힌다. 쥐와 같은 설치류는 뇌 표면이 매끄러운 반면, 인간을 비롯한 영장류는 한정된 두개골 내부 공간에 방대한 신경세포를 배치하기 위해 피질을 정교하게 접어 넣는 방식을 택했다. 신경생물학계는 이러한 형태학적 도약이 신경줄기세포의 증식 주기와 분열 양상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추정해 왔으나, 어떤 유전적 변화가 피질 팽창의 방아쇠를 당겼는지는 오랜 난제로 남아 있었다.
기존 연구는 주로 실험 쥐와 인간 뇌의 직접 비교에 의존했다. 두 종 사이에 가로놓인 9천만 년에 이르는 진화적 간극은 수천 개에 달하는 유전자 발현 차이를 낳았고, 이 가운데 대뇌 주름 형성을 직접 유발한 요인만을 가려내는 작업에는 구조적 한계가 따랐다. 쥐와 영장류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 모델 생물 기반의 정밀한 비교 분석 체계가 요구되던 배경이다. 영장류의 가장 가까운 외집단이자 매끄러운 뇌를 지닌 포유류인 나무두더지(tree shrew)는 두 계통 사이의 누적된 잡음을 걸러내고 진화적 전이 과정을 포착할 결정적 단서로 주목받았다.
핵심 발견
연구진은 나무두더지와 생쥐, 마카크 원숭이, 인간의 다종 비교유전체 분석을 구축하여 피질 확장과 직접 연동된 유전자를 추적했다. 피질 형성기 신경상피세포와 방사상 교세포(radial glia)의 전사체를 계통별로 교차 검증한 결과, 사이클린 B1 상호작용 단백질 1(CCNB1IP1) 유전자가 영장류 계통에서 특이적으로 발현 수준이 급증했음을 포착했다. 세포주기 조절 인자로 알려진 CCNB1IP1은 세포분열 기구의 안정성과 분열 속도를 통제하는 단백질이다.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발현 조절의 원인을 규명하고자 비코딩 조절 영역의 염기 서열을 분석한 작업이 이어졌다. 영장류 계통에서 특이적으로 획득된 시스 조절 인자(cis-regulatory element) 내 염기 치환이 전사인자 결합 친화도를 높여 신경 발생기 CCNB1IP1의 전사를 촉진하는 양상이 관찰됐다. 대뇌 오가노이드와 형질전환 모델을 이용한 기능 검증에서도 뚜렷한 결과가 도출됐다. 비영장류 세포에 영장류 특이적 조절 서열과 CCNB1IP1을 발현시키자 신경전구세포의 증식 주기가 단축됐고, 방사상 교세포가 바깥쪽으로 확장되며 주름과 유사한 피질 굴곡 구조가 유도됐다. 반대로 영장류 오가노이드에서 해당 유전자 발현을 억제했을 때는 피질 표면 확장이 유의미하게 둔화되는 양상이 나타났다.
의미와 전망
이번 성과는 대뇌피질 확장이라는 거대한 형태학적 변혁이 다수 유전자의 전면적 재편이 아니라, 세포주기를 관장하는 핵심 유전자의 시스 조절 서열 변이로 촉발됐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영장류의 복잡한 뇌 구조를 형성한 분자적 기반을 단일 조절 축 관점에서 구체화했다는 평가다. 아울러 중간 분류군인 나무두더지를 대조군으로 배치하는 연구 전략의 유효성을 입증함으로써 향후 진화발생생물학 분야의 방법론적 지평을 넓혔다.
임상 관점에서는 소두증(microcephaly)이나 뇌이랑없음증(lissencephaly) 같은 선천성 신경발달 질환의 병인 기전을 재해석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신경전구세포의 증식 실패로 인한 피질 기형 환자군에서 CCNB1IP1 조절 네트워크의 이상 유무를 점검할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실험실 환경의 오가노이드 모델이 실제 태아 뇌에서 일어나는 장기적 신경 이동과 시냅스 형성 전 과정을 완벽히 재현하지는 못한다는 한계가 남는다. 피질 주름 형성에 관여하는 역학적 물리력과 혈관 생성 등 미세환경 요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합 규명하는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할 과제다.
Nature Genetics, Published online: 29 September 2026; doi:10.1038/s41588-026-02773-xThe authors use tree shrews in multispecies comparisons to identify evolutionary changes in CCNB1IP1 expression associated with primate cortical expansion and folding, and investigate the cis-regulatory and molecular mechanisms through which CCNB1IP1 may influence these processes.
이번에 밝혀진 CCNB1IP1의 조절 메커니즘은 유도만능줄기세포(iPSC) 기반의 뇌 오가노이드 제작 프로토콜을 고도화하는 데 직접 적용될 수 있다. 기존 뇌 오가노이드는 실제 인간 대뇌피질의 층상 구조와 복잡한 주름을 정밀하게 모사하지 못해 신약 스크리닝 플랫폼으로서 한계를 겪어 왔다. 오가노이드 배양 과정에서 CCNB1IP1 발현 시점과 강도를 정밀 제어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영장류 특유의 피질 주름 구조를 재현한 차세대 3차원 신경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신경계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서 동물실험과 인체 임상시험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핵심 도구로 작동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조현병 등 피질 신경망 형성 이상과 연관된 질환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수립하여 후보물질의 유효성과 신경독성을 조기에 선별하는 체계로 이어진다. 선천성 뇌 질환 환자의 비코딩 영역 변이를 판별하는 유전 진단 패널 설계에도 유의미한 기준점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