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옥수수 유전체에 11kb 거대 DNA 정밀 삽입…차세대 식물 유전자 편집기 '프라임루트' 최초 구현

배경
기후변화와 인구 증가로 농업 생산성을 높이고 유해 환경에 견디는 작물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 중이다. 기존에는 작물 유전체를 교정하기 위해 크리스퍼 카스나인(CRISPR-Cas9) 기술을 주로 활용했다.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소규모 염기를 바꾸는 데 효과를 보였으나, 작물의 유용 형질을 대폭 개선하기 위해 수 킬로베이스(kb) 이상의 거대 유전 정보를 정확한 위치에 주입하는 작업은 한계에 부딪혔다.
외래 유전자를 식물체에 무작위로 삽입하는 전통적인 유전자 변형 농산물(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GMO) 기술은 원치 않는 유전자 파괴나 불균일한 발현을 일으키기 십상이었다. 식물 세포 내부의 유동적인 유전자 복구 메커니즘 탓에 삽입 성공률도 극히 낮았다. 농업적 가치가 높은 다중 유전자나 대형 조절 서열을 식물 게놈의 특정 구역에 오차 없이 장착할 새로운 정밀 유전체 공학 플랫폼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핵심 발견
중국과학원 유전·발달생물학 연구소 가오 차이샤(Caixia Gao) 교수 연구팀은 식물 유전체 내 원하는 부위에 대용량 DNA를 정교하게 이식할 수 있는 프라임루트(Prime editing-mediated Recombination of Opportune Targets, PrimeRoot) 기술을 고안했다. 이 편집 도구는 식물 세포에서 효율적으로 작동하도록 최적화한 식물 최적화 프라임 편집기(plant-optimized Prime Editor, ePPE)와 외부 DNA를 정확한 방향으로 끼워 넣는 부위 특이적 재조합효소를 융합한 시스템이다. ePPE가 표적 게놈 위치에 재조합효소 인식 부위를 먼저 새겨놓으면, 재조합효소가 이 부위를 매개로 외부 유전 물질을 무작위 복제 없이 정밀하게 병합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연구팀은 프라임루트의 성능을 검증하고자 벼와 옥수수 유전체를 표적으로 삼았다. 실험 결과 식물 유전체 안전 지대(Genomic Safe Harbor, GSH) 내에 최대 11.1킬로베이스(kb)에 이르는 대규모 유전자 서열을 누락이나 표적 이탈 없이 정밀하게 끼워 넣는 성과를 올렸다. 이는 염기 단 몇 개 수준의 단순 교정을 넘어 대규모 대사 경로를 제어하거나 다수의 외부 형질을 식물 유전체에 한 번에 심을 수 있음을 실증한 데이터다.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공정 최적화 작업이 병행됐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물질을 일시에 넣기보다 시간 차를 두고 두 차례 주입하는 순차적 형질전환 시스템을 수립했다. 새로운 순차 방식은 편집 효율을 기존 대비 2~4배가량 끌어올리며 벼와 옥수수 유전체에서 최대 8% 수준의 정밀 삽입 효율을 달성하는 밑바탕이 됐다. 실제 벼 도열병 저항성 유전자인 pigmR과 관련 프로모터를 벼 게놈의 GSH에 정확하게 안착시켜 실제 저항성을 띤 개체를 성공적으로 생산했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작물 품종 개량 속도를 높이고 식물 합성생물학 영역을 확장하는 디딤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 육종 기술이나 초기의 유전자 가위 기술로는 여러 유전자가 얽힌 병충해 저항성이나 극한 기후 대응 형질을 단번에 유도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프라임루트를 도입하면 유용 유전자를 지정한 위치에 정확히 안착시킴으로써 유전체 교정 작물의 안전성과 농업적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다만 농업 현장에 즉각 적용하기까지 해결할 과제도 분명하다. 6%에서 8% 수준의 삽입 효율은 실험실 단계를 넘어 대용량 대량 생산을 도모하는 산업 현장 관점에서는 아직 낮게 평가받는다. 다양한 기후 환경에서 재배한 식물체 내부에서도 삽입 유전자가 장기적으로 제대로 작동하는지 규명하는 농가 실증 시험을 거쳐야 한다. 세포 내에 오랫동안 잔류해 유발하는 잠재적 부작용을 줄이고자 일시적 발현 체계를 완성하는 일도 중대한 선결 조건으로 꼽힌다.
Nature Biotechnology, Published online: 10 August 2026; doi:10.1038/s41587-026-03295-xAuthor Correction: Precise integration of large DNA sequences in plant genomes using PrimeRoot editors
이 기술은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다기능성 작물을 단기간에 육성하는 시나리오에 직접 적용 가능하다. 예컨대 벼에 병충해 저항성 유전자를 이식함과 동시에 가뭄 저항성 및 영양 성분 강화 유전자 집단까지 아우르는 10kb 크기의 유전자 패키지를 제작한다. 이후 프라임루트를 작동해 식물 게놈 내 특정 안전 지대에 단 한 번의 공정으로 이를 삽입하는 식이다. 과거에는 각 형질을 지닌 계통을 개별적으로 교배해 단일 품종으로 묶는 데 5~10년이 소요됐으나, 새로운 유전자 편집 도구를 쓰면 수개월 만에 다중 형질을 지닌 종자 확보가 가능해진다. 병충해에 잘 견디면서 기후 건조화에도 버티는 고부가가치 농작물을 신속하게 시장에 내놓는 실질적 통로가 열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