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아 변이 기반 AAV 유전자 치료제, 청소년 혈우병 B형 출혈 빈도 대폭 낮췄다

배경
혈우병 B형은 혈액 응고 인자 9번(Factor IX, FIX)을 암호화하는 유전자의 결손이나 돌연변이로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 출혈 질환이다. 환자들은 가벼운 충격에도 관절이나 연조직 내 자발적 출혈을 겪으며, 반복된 출혈은 비가역적인 관절병증과 만성 통증으로 이어진다. 현재 표준 치료는 결핍된 FIX 제제를 정기적으로 혈관에 주입하는 예방요법이지만, 평생 주사를 맞아야 하는 신체적 부담과 고비용, 정맥 접근성 저하는 환자의 치료 순응도를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아데노부속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 벡터를 이용한 유전자 대체 치료제가 성인을 대상으로 개발되어 왔다. 그러나 청소년 환자군은 간의 지속적인 성장과 세포 분열로 인해 도입된 에피솜(episome) 형태의 치료 유전자가 희석될 위험이 제기되어 임상 적용에 신중을 기해 왔다. 특히 기존 야생형 FIX 유전자는 충분한 응고 활성을 유도하기 위해 고용량 벡터 투여가 불가피했고, 이는 캡시드에 대한 간 독성 T세포 면역 반응을 촉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따라서 저용량 벡터로도 강력한 응고 활성을 유도할 수 있는 고활성 변이 도입과 더불어, 청소년군에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는 임상 근거가 절실했다.
핵심 발견
이번 임상 1상 단일군 시험(single-arm phase 1 trial)에서는 야생형 단백질보다 응고 활성이 약 5~8배 높은 '파두아(Padua)' 기능 획득형 변이 FIX 유전자를 탑재한 AAV 벡터 치료제를 중증 및 중등도 청소년 혈우병 B형 환자 11명에게 단회 정맥 투여했다. 연구진은 청소년 환자의 간 면역 반응을 면밀히 관찰하면서 벡터 용량을 최적화하고, 치료 전후의 FIX 활성도 및 연간 출혈 빈도(Annualized Bleeding Rate, ABR) 변화를 장기 추적했다.
임상 결과, 투여를 마친 11명의 청소년 환자 모두에서 중대한 이상반응(SAE)이나 벡터 관련 용혈, 혈전증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보고되지 않았다. 일시적인 간 효소 수치 상승이 관찰된 사례에서도 단기 경구용 코르티코스테로이드 투여로 간 손상 없이 안정화에 도달했다. 무엇보다 치료 후 환자들의 내인성 FIX 활성도가 출혈 예방에 유효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기존 정기적 응고 인자 주입 요법을 중단하거나 투여 간격을 획기적으로 연장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환자들의 ABR 수치는 치료 전 대비 현저한 감소를 기록하며 임상적 유효성을 확립했다.
의미와 전망
이번 결과는 성인에 국한되었던 고활성 파두아 변이 기반 AAV 치료의 적용 대상을 활동량이 많고 관절 손상 위험이 급증하는 청소년기로 성공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유소년기와 성인기의 가교 역할을 하는 청소년기에 조기 개입하여 관절 손상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의 타당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저용량으로도 치료 범위의 응고 활성을 확보함으로써 고용량 벡터 투여에 따른 전신 면역 반응과 간 독성 우려를 완화한 점 역시 돋보인다.
다만 영구적인 유전체 삽입이 아닌 에피솜 형태의 유전자 전달 특성상, 신체 성장이 완전히 멈추지 않은 청소년 환자에서 수년 이상 장기 추적 시 FIX 발현량이 서서히 감소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기존 중화항체(neutralizing antibody)를 보유한 환자의 선별 배제 문제와 비싼 약가, 장기 안전성 데이터 확보는 향후 상용화와 건강보험 진입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연구진은 추가 장기 추적 관찰과 후속 3상 임상을 통해 치료 효능의 지속성을 확증할 계획이다.
Nature Medicine, Published online: 16 September 2026; doi:10.1038/s41591-026-04636-8In this single-arm phase 1 trial, an AAV gene therapy carrying the Padua variant of factor IX was well tolerated in 11 adolescents with hemophilia B and led to reductions in annualized bleeding rate.
이번 연구는 주 1~2회 정맥 주사에 의존하던 청소년 혈우병 B형 환자의 삶을 단 1회의 정맥 주입으로 정상화할 수 있는 전환점을 제시한다. 신체 활동이 왕성한 청소년기에 겪는 학교생활, 스포츠 활동 제약을 해소하고 출혈 공포를 덜어줄 수 있다. 또한 조기 치료를 통해 성인기 만성 관절 질환으로 발전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냄으로써 장기적인 의료비 지출과 사회경제적 부담을 대폭 절감하게 된다. 향후 임상 현장에서는 청소년기 진입 시점에 환자의 AAV 중화항체 유무와 간 기능을 정밀 평가하여 맞춤형 유전자 치료를 적용하는 표준 진료 지침이 마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