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종 토마토 유전체 추적과 Sl-LIP100 유전자 발견으로 구현할 본연의 맛

배경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대 재배종 토마토는 야생종이나 옛 품종에 비해 싱겁고 풍미가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육종가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생산량 증대와 유통 기간 연장, 병해충 저항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어 재배종을 개량해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선별 과정에서 토마토 본연의 독특한 맛을 구성하는 유전적 요소들이 점차 상실됐다. 그 결과 단맛을 내는 당류와 신맛을 내는 유기산, 그리고 향을 결정하는 휘발성 화합물의 조화가 깨지고 말았다. 그동안 풍미를 되찾으려는 연구가 꾸준히 진행됐으나 복잡한 대사 경로를 제어하는 유전적 조절 인자를 명확히 규명하기란 쉽지 않았다. 맛 관련 화합물들의 유전적 배경을 규명하고 육종 과정에서 소실된 야생종의 우수한 유전자를 추적하는 정밀한 분석법이 요구되는 시점이었다.
핵심 발견
연구팀은 전 세계에서 수집한 야생종과 반재배종, 현대 재배종 등 토마토 558개 계통의 유전체 정보를 해독했다. 각 계통에서 검출한 당류와 유기산, 맛을 결정하는 성분의 함량을 측정하여 유전자 데이터와 비교하는 방식을 취한다. 여기에 유전자 수준의 변이를 정밀하게 검출하고자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을 적용했다.
분석 결과는 현대 상업용 토마토가 풍미를 잃게 된 복잡한 유전적 인과관계를 보여준다. 연구팀은 야생종에서 현대 재배종으로 개량이 이뤄진 흐름 속에서 맛에 악영향을 미치는 유해 대립유전자(deleterious allele)의 축적 유전 패턴을 역추적했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선별 과정에서 이러한 유해 변이가 불가피하게 동반 유전되었다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연구팀이 새로 규명한 유전자 가운데 지질 분해 효소(Lipase)를 암호화하는 Sl-LIP100 유전자는 신선한 토마토 향을 내는 핵심 인자다. 실험으로 검증한 결과, 이 유전자는 토마토 특유의 풋풋한 향을 구성하는 5탄소와 6탄소 휘발성 화합물(Volatile Organic Compounds, VOCs)의 합성을 촉진한다. Sl-LIP100 유전자의 활성 여부에 따라 과실 내 향기 물질 함량이 최대 수십 배까지 차이 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축적된 유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확량 손실 없이 풍미만 복원하는 구체적인 경로를 개척했다는 유의미한 이정표를 세웠다. 향후 분자 표지(Molecular Marker)를 이용한 유도 육종이나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유해 대립유전자를 제거하고 유익한 야생종 대립유전자를 재배종에 정밀하게 도입하는 연구를 촉진한다. 육종 현장에서는 맛과 생산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새로운 토마토 품종 개발에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다만 야생종 유전자를 도입할 때 원치 않는 형질이 동반되는 유전자 연쇄 현상(Linkage Drag)을 완전히 제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았다. 여러 유전자가 상호작용하는 풍미의 특성상 단일 유전자 조작만으로는 완벽한 맛 복원이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향후 과일의 당도와 산도, 향을 통합적으로 조율하는 정밀 유전체 엔지니어링 기술의 완성도가 상용화의 열쇠가 될 핵심 과제로 꼽힌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ume 123, Issue 34, August 2026. SignificanceThis work advances our fundamental understanding of the impact of tomato domestication and breeding on fruit flavor chemistry, tracing the pattern of inheritance of deleterious alleles from wild accessions through to modern commercial ...
이번 발견은 식품 산업과 스마트팜 농가에 실질적인 혜택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소비자들은 크고 단단하지만 향이 없는 상업용 토마토 대신 가격이 비싸더라도 고유의 풍미가 살아있는 토종 품종을 찾는 추세였다. 앞으로는 이번 연구로 발굴한 유전자 표지를 육종 초기에 스크리닝하는 방식으로 고당도·고풍미 상업용 토마토를 대량 생산하는 길이 열린다.
특히 스마트팜이나 식물공장처럼 통제된 환경에서 재배하는 토마토에 이 유전 정보의 활용 가치가 돋보인다. 일조량과 양액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던 향기 성분 강화를 유전자 조절 방식을 병행하여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고부가가치 과실 생산으로 높은 소득을 올리고, 종자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종자 라인업을 확보하는 시나리오가 실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