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유전체에서 단일세포 대사 지도까지, 작물 유전체학을 개척한 C. 로빈 뷰엘

배경
오늘날 작물 육종은 염기서열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유전자 기능과 발현 위치를 해석해 유용 형질을 찾아내는 단계로 옮겨가고 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만 해도 대형 식물 유전체의 조립과 주석은 기술적 난제였다. 반복서열이 많고 배수성이 복잡한 데다, 서로 다른 계통의 염색체가 섞인 작물도 흔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구자들은 유전체 서열을 확보해도 어떤 구간이 유전자인지, 해당 유전자가 수량·병 저항성·대사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PNAS가 소개한 C. 로빈 뷰엘 미국 조지아대 교수는 DNA 염기서열 분석 기술의 태동기부터 이 간극을 좁혀 온 식물 유전체학자다. 그는 1999년 게놈연구소에 합류해 식물 유전체 조립과 유전자 주석, 비교유전체학을 이끌었다. 벼와 감자처럼 세계 식량 공급을 떠받치는 작물뿐 아니라 애기장대, 옥수수, 스위치그래스, 고구마, 박하류와 약용식물까지 연구 범위를 넓혔다. 2025년에는 식물 유전체 생물학에 기여한 공로로 미국 국립과학원 회원에 선출됐다. PNAS 논문 정보와 미국 국립과학원 약력에 따르면 이번 글은 신규 실험 결과를 보고한 논문이 아니라, 그의 연구 궤적과 최근 성과를 정리한 인물 프로필이다.
핵심 발견
뷰엘의 초기 성과는 작물 유전체를 연구자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으로 바꾼 데 있다. 그는 2005년 발표된 벼 기준 유전체 연구를 주도한 연구진 가운데 한 명이었으며, 이후 20년 넘게 벼 유전체 주석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해 왔다. 2011년에는 감자 유전체 해독 국제 컨소시엄에도 참여했다. 유전체 조립본에 유전자 구조, 단백질 기능, 발현량과 공발현 정보를 연결함으로써 육종 후보 유전자를 찾을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최근 연구의 초점은 조직 평균값에 가려진 희귀 세포로 이동했다. 빈카알칼로이드를 생산하는 일일초에서는 항암제 성분인 빈블라스틴과 빈크리스틴의 생합성 경로가 잎의 세 세포 유형에 나뉘어 작동한다. 뷰엘 연구진은 염색체 수준 유전체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결합해 38단계의 모노테르펜 인돌 알칼로이드 생합성 경로가 체관 연계 유조직, 표피세포, 이형세포에 순차적으로 배치된 양상을 밝혔다. 조직 전체를 분석하면 희귀 이형세포의 신호가 평균화돼 후보 유전자를 놓치기 쉽지만, 세포별 발현 지도에서는 경로의 공간적 분업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희수나무 줄기 1만1321개 세포를 분석한 후속 연구에서는 2만9002개 발현 유전자와 23개 세포 군집을 확인했다. 초기 이리도이드 합성 유전자군은 전체 원형질체의 0.68%에 불과한 세포 집단에 집중돼 있었다. 연구진은 같은 세포에서 함께 발현되는 MYB와 bHLH 계열 전사인자도 찾아냈으며, 약 1억1500만 년 전에 갈라진 일일초와 희수나무가 관련 전사인자 계통을 각각 활용한다는 사실을 제시했다.
의미와 전망
뷰엘의 연구사는 식물 유전체학의 발전 방향을 압축해 보여준다. 기준 유전체를 읽고 유전자를 표시하던 초기 단계에서 출발해, 이제는 어떤 세포에서 유전자가 켜지고 대사산물이 이동하는지 추적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 접근은 수량이나 병 저항성 같은 농업 형질뿐 아니라 의약품 원료, 바이오연료, 생체소재를 생산하는 식물의 설계에도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유전체 지도만으로 형질의 인과관계를 확정할 수는 없다. 단일세포 전사체에서 포착된 후보 유전자는 유전자 편집, 과발현, 대사체 분석과 포장시험으로 기능을 검증해야 한다. 원형질체 분리 과정에서 특정 세포가 손실되거나 스트레스 반응이 유도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품종별 구조변이와 복잡한 배수성을 반영한 판게놈, 공간전사체, 단일세포 대사체를 결합하는 작업이 다음 과제다. 공개 데이터베이스의 장기 유지와 표준화 역시 발견의 재현성과 육종 활용도를 좌우하게 된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ume 123, Issue 35, September 2026. C. Robin Buell has been a leading figure in plant genomics since the advent of DNA sequencing technology. She helped lead multiple consortia to sequence some of the first crop genomes at the turn of the millennium. She has since used the genomes to tackle ...
육종 현장에서는 벼·감자 유전체 데이터베이스에서 병 저항성이나 괴경 형성에 연관된 후보 유전자를 추린 뒤, 유전자 편집 계통과 다양한 재배 환경에서 효과를 검증할 수 있다. 탐색 대상을 좁히므로 대규모 교배집단을 무작정 선발하는 부담도 줄어든다.
제약·바이오 산업에는 희귀 세포의 대사경로 지도가 유용하다. 예컨대 일일초에서 항암 알칼로이드 합성 단계를 조절하는 전사인자를 찾아 식물 세포배양이나 미생물 생산계에 옮기면, 공급이 불안정한 천연물 원료의 생산성을 높일 후보를 확보할 수 있다. 실제 공정으로 연결하려면 각 효소의 활성, 중간산물 독성, 세포 간 운반 과정까지 검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