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유전체 탠덤 반복서열의 길이 변이가 세포별 유전자 조절과 복합 형질 격차를 결정한다

배경
인간 유전체 연구는 지난 수십 년간 단일염기다형성(SNP) 발굴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전장 유전체 연관성 분석(GWAS)은 수많은 질환 연관 좌위를 찾아냈으나, 유전적 소인이 실제 질병으로 발현되는 전체 기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았다. 학계에서는 이를 누락된 유전율이라 일컬으며 다각도로 원인을 추적해 왔다.
기존 분석 기술의 한계로 주목받지 못한 대표적 영역이 탠덤 반복서열(TR)이다. 탠덤 반복서열은 짧은 염기 서열이 꼬리를 물고 연속적으로 배열된 구간으로 유전체 전반에 걸쳐 넓게 분포한다. 서열 자체가 반복되는 탓에 과거 짧은 절편을 읽는 단거리 시퀀싱 기법으로는 반복 단위의 길이 변화를 정확히 측정하기 어려웠다. 대다수 변이 연구에서 이 영역은 분석 오류를 유발하는 기술적 잡음으로 취급되어 제외되기 일쑤였다.
조직 수준에 머물렀던 유전자 발현 분석 방식도 한계로 작용했다. 서로 다른 기능을 수행하는 개별 세포가 섞인 상태에서는 특정 면역세포나 희귀 세포군에서 일어나는 미세한 전사 조절 변화를 포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복합 질환의 발생 기전을 밝히려면 유전체의 구조적 변이와 개별 세포 수준의 분자 표현형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접근법이 절실했다.
핵심 발견
연구진은 고심도 전장 유전체 시퀀싱(WGS) 데이터와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법을 결합하여 탠덤 반복서열 길이 변이가 인간 세포의 유전자 발현에 미치는 영향을 전장 유전체 규모에서 입증했다. 연구팀은 인간 세포군에서 나타나는 탠덤 반복서열 길이의 다양성을 정밀 프로파일링하고, 이를 세포 유형별 유전자 발현량 측정치와 직접 대조하는 전략을 취했다.
분석 결과, 탠덤 반복서열의 단위 길이 차이는 인접한 조절 부위와 상호작용하며 세포 유형 특이적 발현 격차를 유도하는 핵심 인자로 나타났다. 염기 하나가 치환되는 SNP와 달리, 반복 단위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물리적 구조 변화는 전사인자 결합 친화도를 변형하거나 염색질 접근성을 국소적으로 조절했다. 동일한 반복서열 길이 변이라도 B세포나 T세포 같은 면역세포 유형에 따라 상이한 조절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이 밝혀졌다.
탠덤 반복서열의 길이 변이는 복합 형질의 유전적 구조 형성에도 직접 기여했다. 면역 질환을 비롯한 다인자성 질환 감수성을 설명할 때, 기존 SNP 기반 분석 모델에 탠덤 반복서열 길이 변이를 통합하자 유전적 설명력이 뚜렷하게 향상됐다. 단순한 서열 차이를 넘어 유전체 내 물리적 반복 횟수가 세포의 고유한 정체성과 질환 취약성을 형성하는 강력한 후성유전·전사 조절 스위치로 작동함을 보여준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단일염기 변이에 편중됐던 인간 유전체 지도의 시야를 다형성 반복서열 영역으로 넓힌 성과다. 구조 변이가 비암호화 영역에서 어떻게 세포 특이적 조절 이상을 일으키는지 분자 수준에서 확인한 만큼, 복합 질환의 병인 규명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자가면역질환이나 만성 염증성 질환처럼 개인 간 증상 편차가 큰 질환에서 환자 맞춤형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고리즘 정밀도를 끌어올릴 발판이 마련됐다. 특정 면역세포에서만 비정상적으로 유전자를 과발현시키는 반복서열 표적을 확인한다면 정밀 치료제 개발 시 새로운 조절 표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
임상 현장에 일반화하기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상존한다. 복잡한 반복 구간을 정밀하게 해독하려면 긴 읽기(long-read) 시퀀싱 기술이 보편화되어야 하며, 검사 비용 절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전 세계 다양한 인종 집단에서 탠덤 반복서열의 표준 길이를 규정하는 표준 참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후속 연구가 뒤따라야 임상적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Nature, Published online: 28 October 2026; doi:10.1038/s41586-026-10438-2Whole-genome sequencing and cell-level gene expression measurements show that length variation in tandem repeats in the human genome contributes to cell type-specific differences in gene regulation and expression, as well as the architecture of complex traits.
이 연구는 복합 면역 질환의 정밀 분자 진단과 신약 타깃 발굴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실질적 도구를 제공한다. 기존 유전자 패널 검사에서 원인을 찾지 못하던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서 탠덤 반복서열 길이 측정을 병행하면 개인별 발병 위험과 면역세포 반응성을 보다 정밀하게 계층화할 수 있다.
신약 개발 기업은 비정상적인 반복서열 길이로 인해 과활성화된 전사인자 결합을 차단하거나 조절하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및 소분자 물질 발굴로 연구 파이프라인을 다변화할 수 있다. 세포 치료제 제조 공정에서 특정 면역세포의 안정성과 기능을 평가하는 바이오마커로 탠덤 반복서열 길이를 선별 기준으로 활용하는 실질적 응용 시나리오도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