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장내 세균 독소가 남긴 돌연변이 흔적, 일본인 대장암 발병 원인으로 규명

배경
대장암(Colorectal Cancer, CRC)은 전 세계적으로 발병률과 사망률이 높은 대표적 악성 종양으로 분류된다. 최근 젊은 층의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 연구들은 주로 식습관이나 유전적 요인에 집중했기 때문에 조기 발병 환자들의 특성을 온전히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따랐다. 학계는 대안으로 장내 미생물이 발암 과정에 관여한다는 가설에 주목해 왔다. 이 가운데 특정 대장균이 내뿜는 독소인 콜리백틴(Colibactin)이 인간 DNA에 손상을 주어 변이를 일으킨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실제 환자의 몸 안에서 콜리백틴에 의한 유전자 변이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해당 변이가 종양 형성의 어느 단계에 관여하는지도 그동안 명확히 규명되지 못했다. 특히 동아시아 환자군을 대상으로 유전체와 분변 메타게놈을 종합적으로 연계한 통합 분석은 이번 연구가 최초다.
핵심 발견
도쿄대학교 의과학연구소 시바타 타츠히로 교수와 오사카대학교 대학원 의학계연구과 야치다 신이치 교수 공동 연구팀은 일본인 CRC 환자 200명의 종양 조직과 정상 조직을 비교하고자 전유전체 시퀀싱(Whole-Genome Sequencing, WGS) 및 전사체 시퀀싱(Transcriptome Sequencing, RNA-seq)을 동원했다. 동시에 환자의 분변 샘플에서 얻은 메타게놈 시퀀싱 정보를 결합해 숙주 유전체와 미생물군집의 상관관계를 종합적으로 규명해냈다. 분석 결과, 전체 CRC 환자군의 44.8%에서 콜리백틴에 의한 독특한 돌연변이 시그니처인 SBS88과 ID18이 검출됐다. 글로벌 평균 빈도인 약 19%와 비교했을 때 2배를 웃도는 수치다. 특히 연령대에 따른 분석에서 젊은 환자군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40세 미만의 조기 발병 CRC 환자군에서는 콜리백틴 변이가 관찰되는 비율이 무려 70%에 달했다. 50세 미만 환자가 70세 이상 고령 환자와 비교해 해당 변이를 보일 확률이 3.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전자 변이가 일어난 시점을 수학적으로 추적하는 진화 모델링 분석은 한 단계 더 나아간 메커니즘을 증명한다. 대장암 발생의 극초기 단계에 변이가 일어나는 APC 유전자의 경우, 콜리백틴 유도성 손상이 환자의 10세 미만 유년기에 이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어릴 때 장내 세균 독소로 인해 발생한 유전자 흉터가 수십 년간 축적되며 종양으로 발달했다는 논리다. 이러한 변이는 APC 외에도 BRAF, TP53 같은 주요 드라이버 유전자 전반에서 골고루 확인됐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의 특정 독소가 암 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유발해 CRC를 촉진하는 구체적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입증했다. 조기 발병 CRC의 강력한 유발 인자로 콜리백틴을 지목함으로써 젊은 층의 암 예방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다만 암을 진단하는 시점에는 분변 내에서 콜리백틴을 분비하는 세균이 검출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암 진단 이후 대장균을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며 유년기나 청소년기에 선제적으로 예방 처치를 해야 함을 의미한다. 향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토대로 콜리백틴 분비 세균 노출 시기와 유전적 취약성을 보이는 인구 집단을 정밀하게 판별하는 후속 과제가 남아 있다.
Nature Genetics, Published online: 10 August 2026; doi:10.1038/s41588-026-02692-xIntegrative analyses of whole-genome and transcriptome sequencing on Japanese colorectal cancer along with whole-genome metagenomic sequencing on fecal samples characterize host–microbiome interactions and colibactin-associated mutational signatures.
이 발견은 임상 현장의 대장암 검진 방식과 예방 의학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CRC 검진은 분변잠혈검사나 대장 내시경 등 이미 발생한 병변을 찾아내는 2차 예방에 머물렀다. 앞으로는 분변 메타게놈 검사로 콜리백틴 분비 세균의 유무와 그 양을 측정해 미래의 발병 위험도를 예측하는 1차 예방이 가능해진다. 구체적인 적용 시나리오로는 고위험군 소아나 청소년을 식별해 독소 분비 대장균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백신 접종이 언급된다. 콜리백틴의 화학적 활성을 제어하는 표적 소분자 물질을 개발해 대장 상피세포의 DNA 손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경로도 존재한다. 이는 급증하는 조기 발병 CRC의 발생률을 사회적 차원에서 근본적으로 낮추는 열쇠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