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장 따라 움직이는 섬모충, 박테리아·고균과의 삼자 공생이 만든 나침반

배경
자기주성 세균(magnetotactic bacteria, MTB)은 세포 안에서 자철석 나노결정을 합성해 지구 자기장 방향으로 몸을 정렬한다. 막으로 둘러싸인 자성 결정인 마그네토솜이 사슬을 이루면 나침반 바늘과 같은 자기 모멘트가 생긴다. 이 배열은 산소와 황화물 농도가 층을 이루는 퇴적물에서 세균의 탐색 범위를 좁혀 적합한 서식지로 이동하도록 돕는다.
핵을 지닌 단세포 진핵생물에서도 자기장에 반응하는 행동이 보고됐지만, 자기 감각을 어떻게 획득했는지는 불분명했다. 진핵세포가 자체 유전자로 자성 광물을 만드는지, 먹이로 삼은 MTB의 마그네토솜을 일시적으로 이용하는지, 또는 공생 미생물이 감각기관 역할을 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특히 산소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는 숙주와 공생체를 배양해 각각의 기능을 검증하기가 까다롭다.
핵심 발견
국제 공동연구진은 가봉 리브르빌 인근의 저산소성 하천 퇴적물에서 새로운 혐기성 섬모충을 발견하고 ‘트로피도아트락투스 마그네토탁티쿠스(Tropidoatractus magnetotacticus)’로 명명했다. 이 생물은 외부 자기장에 맞춰 헤엄쳤으며, 자기장 방향은 저산소 퇴적층으로 내려가는 이동을 보조했다.
전자현미경으로 세포 내부를 살핀 결과, 타원형의 ‘목걸이’처럼 평행하게 배열된 자철석(Fe3O4) 나노입자 사슬이 관찰됐다. 그러나 결정의 생산자는 섬모충이 아니었다. 숙주 안에 다수 존재하는 막대 모양의 세균이 마그네토솜 사슬을 품고 있었다. 자기장으로 선별한 섬모충 세포의 메타유전체와 유전자 발현을 분석하자, 테르모데설포박테리오타(Thermodesulfobacteriota) 계통 MTB가 확인됐다. 이 세균은 자철석 생광물화를 지휘하는 마그네토솜 유전자군을 발현했으며, 알려진 외부 공생체 ‘칸디다투스 데설파르쿰 에피마그네티쿰’과 가까운 유전적 구성을 보였다.
세포 안에는 두 번째 공생체도 있었다. 메타노레굴라(Methanoregula) 계통의 수소영양성 메탄생성 고균이다. 메타전사체에서는 숙주의 수소소체형 철-수소화효소와 수소를 만드는 미토콘드리아 유래 소기관의 전자전달계 유전자 발현이 포착됐다. 연구진이 제시한 대사 모형에서 섬모충은 혐기성 발효 산물을 내놓고, MTB와 메탄생성 고균은 이를 소비한다. MTB는 그 대가로 숙주 전체를 자기장에 정렬시키는 마그네토솜을 제공한다. 진핵생물·세균·고균이라는 생명의 세 영역이 한 세포 안에서 이동과 에너지 대사를 함께 완성하는 셈이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자기주성이 반드시 단일 생물의 유전체 안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할 필요가 없음을 보여준다. 숙주는 자기 나노결정 합성 유전자를 직접 갖추지 않고도 공생 세균의 물리적 성질을 자신의 행동 형질로 끌어들였다. 메탄생성 고균까지 참여한 대사적 상리공생(syntrophy)은 자성 입자 생산에 필요한 공생 관계를 혐기 환경에서 유지하는 기반으로 해석된다.
다만 유전자 발현과 현미경 관찰로 구성한 대사 네트워크는 공생체 사이의 탄소·수소 이동량을 직접 측정한 결과가 아니다. 세 구성원을 분리 배양하거나 안정동위원소 추적으로 대사물의 이동을 검증해야 한다. 공생체가 제거됐을 때 숙주의 자기주성과 생존력이 어떻게 변하는지도 남은 질문이다. 유사한 삼자 연합이 다른 무산소 퇴적물에서도 발견된다면, 공생이 감각과 행동의 진화를 이끄는 경로가 현재 알려진 것보다 넓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 연구 결과는 2026년 7월 국제학술지 PNAS에 실렸다.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ume 123, Issue 30, July 2026. SignificanceMagnetotactic bacteria (MTB) swim along Earth’s magnetic field lines via genetically controlled biomineralization of nano-crystalline magnets, but magnetotaxis as a trait in eukaryotes remains poorly understood. Our findings show an anaerobic ...
이 연구는 서로 배양하기 어려운 혐기성 미생물 군집에서 ‘누가 어떤 기능을 맡는가’를 밝히는 분석 틀을 제시한다. 자기장 선별로 원하는 세포 연합을 농축한 뒤 전자현미경, 메타유전체, 메타전사체를 결합하면 숙주와 공생체의 구조·유전자·활성 대사를 함께 추적할 수 있다. 산업적으로는 자철석 나노입자를 일정한 사슬 형태로 조립하는 공생 세균의 유전자군을 규명해 생물학적 자성 소재 생산에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 혐기성 소화조에서는 수소 생산자와 메탄생성 고균의 상호작용을 추적하는 미생물 군집 설계에도 참고할 수 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자연 퇴적물에서 발견한 단일 공생계에 기반하므로, 공정 적용 전에는 안정 배양과 생산성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