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언어를 해독한 AI, 지구 미생물 10만 종의 공생 지도를 그리다

배경
미생물 공생은 숙주의 영양 획득과 스트레스 저항성, 질병 방어부터 생태계의 탄소·질소 순환까지 폭넓은 기능을 맡는다. 그러나 세균과 고세균의 상당수는 실험실에서 배양되지 않아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알려진 공생체 유전체도 사람이나 동물에서 분리된 종, 배양이 쉬운 종에 치우쳐 있었다. 실제 생태계에 존재하는 공생 관계의 규모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이유다.
공생체는 숙주 의존성이 커질수록 불필요한 대사 유전자와 유전체 영역을 잃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작은 유전체만으로 공생 여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자유생활 미생물도 환경 적응 과정에서 유전체가 축소될 수 있고, 숙주와 느슨하게 결합한 종은 비교적 완전한 대사 능력을 유지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개별 유전자보다 유전체 전반의 기능 조합을 읽어 자유생활형, 숙주연관형, 절대세포내형을 구별하는 기계학습 체계가 이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봤다.
핵심 발견
연구진은 공생체 예측 프레임워크 ‘심클라트론(symclatron)’을 개발했다. 먼저 주요 계통군에서 선별한 공생체 단백질체 792개로 직교유전자군을 추론하고, 구성원이 5개 이상인 그룹에서 2만63개의 프로파일 은닉 마르코프 모형을 만들었다. 이어 생활사가 확인된 미생물 유전체 6,751개를 자유생활형 5,959개, 숙주연관형 409개, 절대세포내형 383개로 구분해 학습 자료로 삼았다.
분류기 ‘symcla’와 숙주 의존성을 연속값으로 나타내는 회귀모형 ‘symreg’에는 각각 영향력이 큰 특징 1,000개를 선별해 투입했다. 최종 신경망은 두 모형의 예측값, 유전체 완전도, 학습 계통과의 거리 등 7개 요인을 통합했다. 연구진은 종부터 문까지 1만1,025개 계통을 차례로 학습 자료에서 제외하는 계통군 단위 교차검증도 시행했다. 이미 본 종의 가까운 친척을 맞히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하지 않은 계통에도 적용되는지를 시험한 설계다.
검증 자료에서 자유생활형, 숙주연관형, 절대세포내형의 F1 점수는 각각 0.982, 0.699, 0.908이었다. 절대세포내 공생체의 97.6%를 정확히 분류했으며, 숙주연관형의 5.2%는 절대세포내형으로, 절대세포내형의 2.3%는 숙주연관형으로 판단했다. 두 공생 범주 사이의 경계가 연속적이라는 생물학적 특성도 드러난 셈이다.
심클라트론을 3만1,152개 환경 시퀀싱 프로젝트에서 복원한 메타유전체 조립 유전체(MAG)와 참조 유전체에 적용했다. 품질관리와 평균염기서열동일도 95% 기준의 중복 제거를 거쳐 세균·고세균 유전체 10만7,067개를 확보했고, 신뢰도 문턱값 0.725에서 1만4,070개를 공생체로 판정했다. 전체의 약 14%, 즉 7개 중 1개꼴이다. MAG만 계산하면 공생체 비율은 기준 설정에 따라 15~23%였으며, 알려진 세균·고세균 문 가운데 절반에서 후보가 발견됐다. 이 유전체들은 ‘공생체 유전체(SymGs)’ 카탈로그로 공개됐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배양이나 숙주 관찰 없이 유전체의 기능적 흔적만으로 공생 가능성을 대규모 선별할 길을 열었다. 모델은 탈질로 섬모충 숙주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Candidatus Azoamicus ciliaticola’ 계통과 새로 보고된 고세균 ‘Candidatus Sukunaarchaeum mirabile’도 절대세포내 공생체로 분류했다. 진핵생물뿐 아니라 세균·고세균 사이의 의존 관계까지 탐색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해석에는 주의가 따른다. 학습 자료가 진핵 숙주와 연관된 세균에 치우쳤고 고세균 사례는 적다. 계통적으로 가장 먼 집단에서는 성능이 낮아졌으며, 숙주연관형의 F1 점수도 다른 두 범주보다 낮았다. 예측만으로 상호작용 상대나 공생이 상리·기생 중 어느 쪽인지 확정할 수도 없다. SymGs는 검증을 마친 공생체 명단이라기보다 후속 배양, 현미경 관찰, 단일세포 분석과 대사 실험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후보 지도에 가깝다.
Nature Biotechnology, Published online: 02 September 2026; doi:10.1038/s41587-026-03212-2A machine-learning framework called symclatron uses genome sequencing content to predict whether uncultivated bacteria and archaea live independently or in close association with hosts. Applied to a global genome collection, it suggests that host-dependent microbes are widespread across Earth’s biomes and microbial phyla.
환경 시료에서 확보한 미생물 유전체를 심클라트론에 넣으면 숙주 의존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먼저 추릴 수 있다. 예컨대 작물 뿌리권에서 영양 흡수나 병원체 억제와 관련된 후보를 골라 합성 미생물 군집 설계에 활용하거나, 해양 시료에서 탄소·질소 순환을 매개할 공생쌍을 집중적으로 추적할 수 있다. 사람·가축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배양이 어려운 숙주 의존균의 대사 결손을 예측해 맞춤 배지와 공동배양 조건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산업 균주나 치료 표적으로 채택하려면 실제 숙주 확인, 기능 검증, 생물안전성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