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머신 생물학

103종의 염색체 유전체와 화석 데이터로 다시 쓴 6500만 년 박쥐 진화사

Nature·2026년 9월 24일AI 큐레이션
103종의 염색체 유전체와 화석 데이터로 다시 쓴 6500만 년 박쥐 진화사
✨AI 요약 (Beta)Beta

배경

포유류 가운데 유일하게 지속 가능한 비행 능력을 획득한 박쥐목(Chiroptera)은 전체 포유류 종의 20%를 웃돌 정도로 생태학적 다양성이 풍부하다. 초음파 반향정위(echolocation) 감각, 체구 대비 이례적으로 긴 수명, 바이러스를 품고도 염증 폭풍을 겪지 않는 면역 관용은 이들이 진화 과정에서 확보한 독보적 형질로 꼽힌다. 하지만 이들의 조상이 언제, 어디서, 어떤 순서로 특이 형질을 획득했는지는 오랜 세월 진화생물학의 난제였다. 뼈가 얇고 연약한 탓에 고생물학적 화석 기록에 거대한 공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 연구진은 단편적인 미토콘드리아 DNA 서열에 의존해 계통수를 추정했다. 분석 기법과 표본에 따라 과(family) 단위의 분기 순서가 뒤바뀌며 학계의 혼선은 가중됐다. 최초 발원지를 둘러싸고도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대륙이 서로 경합하는 양상이었다. 비행 능력과 초음파 감각 중 어느 쪽이 먼저 출현했는지를 가려낼 전장 유전체 데이터가 부재했던 탓이다.

핵심 발견

국제 박쥐 유전체 연구 연합체인 뱃1K(Bat1K) 컨소시엄은 전 세계 64개국 137명의 연구자가 참여한 대규모 공동 연구 네트워크다. 연구진은 현존하는 박쥐 21개 과 전체를 망라하는 103종의 염색체 수준 유전체 조립체(chromosome-level genome assemblies)를 새롭게 완성했다. 44종의 고대 화석 형태학 데이터까지 결합한 이번 결과물은 역대 최대 규모의 분자 계통수로 평가받는다.

유전체 시계 분석에 따르면 모든 현생 박쥐의 공통 조상은 약 6500만 년 전 유럽 대륙에서 출현했다. 백악기-고진기(Cretaceous-Paleogene, K-Pg) 대멸종 직후 공룡이 사라진 생태적 틈새를 유럽에서 선점했다는 의미다. 아시아나 북미 대륙에서 박쥐가 기원했을 것이라던 기존 학설을 뒤집는 발견인 셈이다. 이후 약 5600만 년 전 시생대 초기 지구 온난화기를 거치며 주요 과들이 폭발적으로 분기해 전 지구로 뻗어 나갔다.

비행과 특수 감각 기관이 형성된 시점 역시 뚜렷한 윤곽을 나타낸다. 연구진은 초기 화석 종 비엘라시아(Vielasia)의 청각 골격을 현생종 유전체와 정밀 대조하는 방식을 택했다. 동력 비행과 초음파 반향정위는 현생 박쥐 과들이 갈라지기 이전인 진화 극초기에 이미 한 묶음으로 확립되어 있었다. 비행 능력이 먼저 생기고 오랜 세월 뒤 반향정위가 뒤따랐다는 기존 가설과 달리, 두 복합 기능이 조상 단계에서 일찌감치 통합 체계로 완성되었음을 말해준다.

의미와 전망

이번에 완성된 계통수와 유전체 지도는 반세기 넘게 이어진 박쥐 진화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21개 과 전체를 대표하는 고품질 유전체 정보는 향후 포유류 비교유전체학 연구에서 독보적인 표준 좌표계 역할을 맡게 된다. 극단적인 대사 산화 스트레스를 견뎌내는 에너지 대사 기전, 손상된 유전자를 즉각 복구하는 방어 기제, 치명적인 병원체에 노출되어도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면역 조절 인자의 진화사를 추적할 탄탄한 발판이 놓였다.

극복해야 할 한계도 명확하다. 화석 표본에서 추출할 수 있는 연조직 데이터가 부재한 탓에 연대 측정 모델의 오차 범위를 완전히 지우지는 못했다. 비행과 반향정위를 조율하는 유전적 조절 네트워크를 규명하려면 비부호화 조절 영역(non-coding regulatory elements)의 대규모 기능 실험 검증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향후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및 유전체 편집 기술과 접목될 때 박쥐의 독특한 적응 형질을 의생명과학 연구로 확장하는 통로가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Nature, Published online: 23 September 2026; doi:10.1038/s41586-026-11007-3An updated phylogeny of bats is presented, based on new genome assemblies and many ancient fossils and including all known bat families.

💬왜 중요하냐면:

박쥐의 진화 계통수와 고해상도 유전체 지도는 인류의 난치성 질환 극복과 신약 개발에 구체적인 실마리를 제공한다. 비행에 필요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면서도 장수하는 박쥐의 대사 적응 특성은 인간의 노화 지연 연구에 직결되는 핵심 자산이다. 103종의 유전체 비교로 드러난 강력한 DNA 복구 유전자군과 자가포식(autophagy) 조절 메커니즘은 퇴행성 뇌질환 및 만성 염증 치료제 표적 발굴의 나침반 역할을 담당한다.

신종 감염병 대응 측면에서도 실용적 가치가 높다. 박쥐는 에볼라와 코로나바이러스 등 치명적 인수공통 병원체를 보유하면서도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을 통제하는 기전을 지녔다. 스팅(STING) 단백질 신호 경로를 조율해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면서도 사이토카인 폭풍을 회피하는 분자 회로는 신약 개발자들에게 정밀한 설계 청사진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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