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제한 벗어나는 성인 페닐케톤뇨증, AAV 기반 간 표적 유전자 전달로 혈중 페닐알라닌 정상화 입증

배경
페닐케톤뇨증(Phenylketonuria, PKU)은 간에서 필수 아미노산인 페닐알라닌을 티로신으로 전환하는 페닐알라닌 수산화효소(Phenylalanine Hydroxylase, PAH) 유전자 결핍으로 발병하는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이다. 분해되지 못한 혈중 페닐알라닌이 뇌 조직에 축적되면 비가역적인 인지 기능 저하와 중추신경계 손상을 부른다. 신생아 선별 검사 도입 이후 조기 진단이 정착됐으나, 환자들은 평생 고단백 식품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고 특수 의료용 아미노산 제제에 의존해야만 했다.
성인기에 접어든 환자에게 이러한 식단 관리는 사회적 단절과 심각한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한다. 임상 현장에서는 식이 제한 순응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성인 환자들의 신경학적 결손 재발이 주요 과제로 꼽혀왔다. 페그발리아제(pegvaliase) 같은 효소 대체 치료제가 개발됐지만, 빈번한 피하 주사와 아나필락시스를 비롯한 전신 면역 부작용 위험 탓에 임상 적용 폭이 제한적이었다. 근본적으로 간 실질세포 내 PAH 발현을 회복시키는 장기적 치료 전략이 요구되던 배경이다.
핵심 발견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보고된 이번 연구는 유전자 결손을 교정하기 위해 아데노부속바이러스(Adeno-Associated Virus, AAV) 벡터를 단회 정맥 투여한 성인 중증 PKU 환자 코호트의 임상 추적 결과다. 연구진은 기능성 인간 PAH 유전자를 간세포 특이적 프로모터와 결합한 간 지향성 AAV 벡터를 성인 환자들에게 정맥 투여했다.
단회 투여 후 추적 관찰에서 환자들의 혈중 페닐알라닌 농도는 기준치 평균 1,200 μmol/L 이상에서 임상적 안전 기준치인 360 μmol/L 이하로 떨어졌다. 환자 다수는 치료 후 6개월 시점부터 일반 식단 전환을 시도했음에도 정상 범위(120~360 μmol/L)를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하루 천연 단백질 허용 섭취량 역시 기저치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며 대사 항상성이 유의미하게 개선됐다.
일시적인 간 효소 수치(ALT/AST) 상승이 일부 투여군에서 관찰됐으나, 단기 경구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조절로 간독성 없이 안정화됐다. 이전의 단백질 제제 치료에서 흔히 보고되던 심각한 전신성 알레르기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간 조직 내 PAH 유전자 발현이 정상 효소 활성을 재현하며 질환의 대사 이상을 직접 해소함을 임상 데이터로 입증한 셈이다.
의미와 전망
이번 성과는 식이 요법에 얽매였던 희귀 대사 질환 관리 패러다임을 일회성 유전자 전달 요법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평생 지속해야 하던 엄격한 식단 관리 부담을 덜고 성인 환자의 인지 기능 유지와 신경계 합병증 예방에 기여할 전망이다. 대사 경로의 결손을 근본적으로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효소 보충 요법 대비 치료 편의성과 장기 순응도 개선 효과가 두드러진다.
다만 영구적 완치를 단언하기에는 해결 과제가 남아 있다. AAV 벡터 투여 후 생성되는 중화항체로 인해 동일 벡터의 재투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간세포 분열에 따른 치료 유전자 발현 희석 현상과 장기 지속성 확보 여부는 수년간의 추가 추적 연구로 검증돼야 마땅하다. 높은 치료 비용과 기존 항체 보유 환자의 치료 배제 문제도 향후 임상 상용화 단계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ume 395, Issue 17, Page 1763-1765, October 29, 2026.
본 연구는 성인 PKU 환자의 실제 진료 지침과 관리 체계에 즉각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단회 유전자 치료로 혈중 페닐알라닌 조절이 가능해지면, 환자는 매일 복용하던 수십 알의 아미노산 보충제와 엄격한 단백질 계량 식단에서 벗어나 사회 활동을 온전히 영위하게 된다. 특히 가임기 여성 PKU 환자의 경우, 임신 중 고페닐알라닌혈증으로 유발되는 태아 기형과 지적 장애 위험을 크게 줄여 안전한 출산 계획 수립을 돕는다. 산업적으로는 간 질환에 국한되던 AAV 플랫폼의 치료 영역을 성인 선천성 대사 이상 질환 전반으로 확장시키는 임상적 근거를 제공하며, 차세대 비바이러스성 전달체 및 유전자 교정 기술 개발을 가속하는 촉매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