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아종을 포괄하는 4배체 밀 범유전체 구축… 수확량과 기후 탄력성을 높이는 분자 육종의 기반 마련

배경
인류의 식량 자원인 밀은 지구 온난화와 병해충으로 인해 생산성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천 년간의 인위적 선택으로 재배밀의 유전적 다양성이 극도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급격한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용한 형질의 소실을 초래했다. 특히 듀럼밀을 포함한 4배체 밀은 복잡한 유전 구조로 인해 정밀 개량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학계는 특정 품종 하나의 참조 유전체 정보를 기준으로 변이를 분석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으로는 광범위한 유전 변이와 서브게놈 간의 차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있다. 따라서 여러 아종을 통합한 범유전체(Pangenome) 구축이 해법으로 떠올랐다.
핵심 발견
12개 유전체 데이터 통합을 통한 유전체 지도 작성중국 베이징대 황삼농업학술원과 시베이농림과기대 공동 연구팀은 10개 아종의 대표 품종 12개를 고품질 신규 유전체 조립(de novo assembly) 기법으로 해독했다. 이를 바탕으로 그래프 기반의 4배체 밀 범유전체 지도를 완성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제네틱스(Nature Genetics)' 7월 22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되었다.
여기에 전 세계에서 수집한 736개 유전자원의 전장유전체 재분석 데이터를 범유전체 지도에 결합하여 연구를 심화시켰다.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형질과 유전 변이의 상관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전장유전체 연관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을 수행한 결과, 개체당 평균 25만 개의 구조 변이를 발견하고, 염색체 재배열이 서브게놈의 비대칭적 분화를 촉발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작물 개량의 열쇠가 될 핵심 유전자 발굴이 과정에서 32가지 주요 농업 형질과 연관된 287개의 유전자 좌위(loci)가 밝혀졌다. 특히 작물 수확 효율을 극대화하는 비탈립성(non-brittle rachis) 유전자 변이가 주목받고 있다. 야생 밀은 번식을 위해 이삭축이 쉽게 부러지지만, 재배밀은 이삭이 단단히 붙어 있어야 인간이 수확하기에 유리한 특성을 보인다. 연구진은 레트로트랜스포존(retrotransposon)이 삽입되어 Btr1-A 유전자 기능이 상실되면서 이 비탈립성 형질이 고정된 과정을 명확히 규명했다.
둘째는 밀알의 수와 크기를 지배하는 HAT14-B 유전자 변이다. 연구팀은 이 유전자가 특정 전사 인자를 암호화하며, 발현량에 따라 수확량이 결정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실제로 알이 굵고 풍성한 품종일수록 해당 유전자의 활성도가 높게 관찰되었다.
의미와 전망
이번에 완성된 4배체 밀 범유전체 지도는 기후 변화 극복을 목표로 하는 분자 육종의 강력한 기반으로 평가받는다. 가혹한 환경에서 생존한 야생 아종의 유전적 다양성을 복원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가뭄과 고온에 특화된 유전자 좌위를 정확히 파악하여 품종 개량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야생종의 면역 형질을 도입하여 기후 스트레스에 강한 품종을 보급하는 시나리오가 더욱 구체화되었다.
다만 범유전체 정보를 실제 신품종 작물로 육성하기까지는 한계가 존재한다. 복잡한 환경적 요인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표적 형질이 동일하게 발현되는지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CRISPR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여 표적 부위를 교정하는 기술적 정교함도 함께 극복해야 한다. 연구팀은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향후 6배체 빵밀(hexaploid bread wheat)의 범유전체 확장 연구에 전념할 예정이다.
Nature Genetics, Published online: 22 July 2026; doi:10.1038/s41588-026-02678-9A pangenome of tetraploid wheat constructed from 12 de novo genome assemblies spanning 10 subspecies, integrating with whole-genome sequencing data, highlights genetic variation associated with agricultural traits.
이번 범유전체 지도는 농업 및 식량 산업계에 신품종 개발 주기를 단축하는 유용한 도구로 활용될 예정이다. 대표적인 적용 시나리오는 극심한 가뭄을 겪는 아프리카나 중동 지역에 적합한 맞춤형 밀 품종 설계이다. 연구진이 발굴한 287개의 유전자 좌위 정보와 대립유전자를 표적으로 활용하면, 기존 전통 육종법으로 10년 이상 걸리던 내건성(가뭄 저항성) 품종 육성 기간을 분자 표지 선택(Marker-Assisted Selection, MAS) 기술로 3~4년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면역력이 향상된 병해충 저항성 밀을 조기에 보급하여 살충제와 비료 사용량을 줄임으로써 환경 오염을 방지하고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경제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식량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수단이 마련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