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및 병원 기록을 통합한 베이지안 AI 모델은 300가지 이상의 질병에 대한 평생 궤적을 예측합니다.

배경: 단편적인 진단에 국한된 질병 예측 모델의 한계
환자가 병원을 방문할 때 생성되는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Health Records, EHR)은 개인의 건강 상태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지만, 지금까지는 특정 시점의 단편적인 진단 결과를 기록하는 데 그쳤습니다. 기존의 질병 위험 예측 모델 역시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심혈관 질환 위험을 평가하는 풀드 코호트 방정식(Pooled Cohort Equations, PCE)이나 유방암 발생률을 산출하는 게일(GAIL) 모델 등은 대개 단일 질병의 발생 여부만을 독립적으로 계산할 뿐입니다. 그러나 인체에서 여러 질병은 서로 얽혀서 발생하며, 시간 경과에 따라 동적으로 변화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에 환자의 타고난 유전적 위험을 나타내는 다원유전점수(Polygenic Risk Scores, PRS)까지 결합하여 장기적인 질병 흐름을 예측하려는 연구가 지속되었지만, 복잡한 임상 데이터와 유전 정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핵심 발견: 68만 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된 동적 질병 예측 AI 모델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Massachusetts General Hospital, MGH)과 다나파버 암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를 비롯한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동적 베이지안 생성 프레임워크인 '알라디눌리(ALADYNOULLI)'를 공개했습니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와 수학자 야코프 베르누이의 이름에서 유래한 이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모델은 종단적 EHR과 PRS를 결합하여 평생에 걸친 질병 위험 변화를 정밀하게 모사합니다. 핵심은 시간의 흐름에 따른 질병 발생 양상을 수학적으로 부드럽게 연결하는 가우시안 프로세스 사전 확률(Gaussian process priors)의 도입입니다. 연구팀은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MGB, 그리고 미국 국립보건원의 '올오브어스(All of Us)' 코호트에서 수집한 68만 3,000명 이상의 대규모 다인종 데이터를 활용하여 모델을 검증했습니다. 분석 결과, 알라디눌리는 암, 심혈관, 정신 질환 등 300가지 이상의 질병 영역에서 기존의 표준 위험 점수인 PCE, QRISK3, PREVENT 모델보다 한층 정교한 단기 및 장기 위험 판별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단일 질병 중심의 기존 전장유전체 연관성 분석(Genome-Wide Association Study, GWAS)에서 누락되기 쉬웠던 새로운 유전자 영역까지 탐색해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이 프레임워크는 동일한 질병 진단을 받은 환자 집단 내부에서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른 세부 하위 유형을 구별해내는 데도 성공하여 정밀 진단의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렸습니다.
의미와 전망: 평생의 질병 지도를 완성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
이번 연구는 의료진이 환자를 특정 질병의 유무로만 판단하지 않고 생애 전반의 유기적인 질병 발달 궤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이러한 환자 맞춤형 정밀 의료는 예방 의학의 수준을 크게 격상시킬 원동력이 될 전망입니다. 다만 현시점에서 보완해야 할 과제 역시 뚜렷합니다. 대다수 대규모 바이오뱅크가 유럽계 인구에 치우쳐 있어, 인종적 다양성이 부족한 데이터로 학습한 AI가 아시아인을 비롯한 타 인종에게도 동일하게 높은 성능을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이에 따라 향후 다양한 다인종 코호트를 대상으로 한 추가 유효성 검증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또한 의료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복잡한 병원 기록을 신속히 정제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AI 모델과 연동할 수 있는 시스템 인프라 구축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Nature, Published online: 2026년 7월 15일; doi:10.1038/s41586-026-10780-5. 종단적 전자의무기록과 유전 데이터를 통합하여 잠재된 질병 서명을 식별하는 베이지안 생성 프레임워크가 제시되었습니다.
알라디눌리가 제시하는 예측 모델은 실제 임상 현장과 신약 개발 산업의 지형을 바꿀 잠재력을 품고 있습니다. 우선 일선 병원에서는 환자의 유전자 검사 결과와 누적된 진료 기록을 바탕으로 장기적인 동반 질환의 연쇄적 발생 경로를 사전에 예측하여 억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2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가 향후 심혈관 합병증이나 신장 질환으로 이행할 확률적 궤적을 연령대별로 시각화하여 보여줌으로써 집중 치료 대상을 선별하는 방식입니다. 제약 산업 분야에서는 임상시험 대상자를 모집할 때 질병의 특정 하위 경로를 겪을 확률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군을 정교하게 모으는 풍부화(Enrichment) 전략에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로써 임상 시험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맞춤형 치료제 개발 기간과 비용을 직접적으로 단축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