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mRNA 독감 백신 임상 3상서 효능 입증, 기존 고령층 백신과의 비교 우위 규명이 관건

배경
매년 전 세계에서 수십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계절성 독감을 예방하려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널리 시행된다. 기존 독감 백신은 주로 유정란이나 세포 배양 방식을 활용해 바이러스를 증식시킨 뒤 불활성화하는 방식으로 제조됐다. 이러한 전통적인 제조 방식은 백신 바이러스가 유정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항원 변이가 발생해 실제 유행하는 바이러스와의 일치도가 떨어지는 문제를 야기했다. 특히 백신 생산에 수개월이 소요되어 급격한 유행 변이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ronavirus Disease 2019, COVID-19) 대유행 시기에 메신저 리보핵산(messenger RNA, mRNA) 플랫폼이 보여준 신속함과 유연성은 독감 백신 개발 영역에서도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됐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유전 정보만 확보되면 수주 안에 생산 공정에 돌입할 수 있어 매년 유행하는 독감 균주 변화에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모더나(Moderna)가 개발한 mRNA 기반 계절성 독감 백신인 mRNA-1010이 대규모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ood and Drug Administration, FDA)의 자문위원회 권고를 받으면서 차세대 독감 백신의 상용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의학계에서는 mRNA 백신이 기존에 고령층을 대상으로 널리 쓰이던 고용량 백신이나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과 같은 강화 백신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에 의문을 제기한다. 임상시험에서 표준 용량 백신 대비 우수성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경쟁력을 충분히 보증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핵심 발견
벨기에 헨트대학교 Leroux-Roels 교수 연구팀이 주도한 Fluent 임상 3상 시험은 50세 이상 성인 4만 703명을 대상으로 mRNA-1010의 안전성과 효능을 평가했다. 무작위 배정, 이중맹검 방식으로 진행된 이 임상시험에서 mRNA-1010 투여군은 대조군인 표준 용량 백신 투여군에 비해 우수한 예방 효과를 보였다.
연구진은 중합효소연쇄반응(Real-Time Polymerase Chain Reaction, RT-PCR)으로 확진되는 독감 유사 질환 발생률을 확인하는 방식을 취했다. 분석 결과, mRNA-1010 접종군 중 독감 유사 질환을 겪은 비율은 2.0%에 그쳤다. 반면 표준 용량 백신 접종군에서는 2.8%의 발병률이 관찰됐다. 이는 표준 백신과 비교했을 때 mRNA-1010의 상대적 백신 효능이 26.6%에 달함을 의미한다.
안전성 평가에서는 mRNA 백신 특유의 높은 면역반응 유도 특성이 반영됐다. 접종 부위 통증, 피로감, 두통, 근육통 등 예측된 이상반응이 mRNA-1010 접종군에서 표준 백신 접종군보다 더 빈번하게 보고됐다. 구체적으로는 접종 부위 통증이 65.8% 대 29.8%, 피로감이 45.1% 대 20.3%로 큰 차이를 보였으나 대부분 가볍거나 중간 정도의 일시적인 증상이었다. 중대한 이상반응 발생률은 mRNA-1010 군이 2.2%, 표준 백신 군이 1.9%로 두 군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 결과는 계절성 독감 예방 분야에서 mRNA 기술이 표준 백신보다 뛰어난 방어력을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는 점에서 뜻깊다. 백신 생산 기간을 수개월에서 수주 단위로 대폭 단축하여 미스매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과학적 토대가 마련됐다.
다만 이 임상 결과가 실제 고령층 예방 접종 전략에 미칠 영향은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임상시험이 고령층 예방을 위해 이미 널리 쓰이는 고용량 백신이나 면역증강제 함유 백신, 또는 재조합 백신 등 이른바 강화 백신을 대조군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65세 이상 고령자에게는 미국 예방접종전문위원회(Advisory Committee on Immunization Practices, ACIP)가 이러한 강화 백신 접종을 우선 권장한다. 재조합 백신의 경우 표준 백신보다 독감 발병 확률을 30% 낮췄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mRNA-1010이 임상 현장에서 널리 선택받으려면 기존 강화 백신과의 직접적인 비교 임상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높은 부작용 발생 빈도를 극복할 만큼의 실질적인 예방 이득이 있는지를 증명하는 연구가 후속 과제로 꼽힌다.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Volume 395, Issue 7, Page 724-726, August 13, 2026.
이 연구는 매년 유행할 독감 균주를 예측해 백신을 제조하는 현행 유통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가 해당 연도에 유행할 독감 변이를 예측해 발표하면, 개발사들은 유전체 설계도를 기반으로 신속하게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 특히 유행 균주 예측이 빗나가 백신 효능이 떨어지는 미스매치가 발생했을 때, 몇 주 만에 변이 바이러스를 표적으로 하는 개량 백신을 설계해 공급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가 가능해진다. 고령층 인구가 밀집한 요양병원이나 집단 시설 등 감염 취약 지대에서 갑작스러운 유행 변이가 일어났을 때 신속한 추가 접종으로 대규모 감염 확산을 방지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러한 시나리오가 작동하려면 강화 백신과의 예방 효과 차이를 증명하는 일이 선결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