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AI로 극소수 데이터 한계 뚫고 미지의 효소 기능 규명했다

배경
단백질 구조 예측과 유전체 분석 분야에서 인공지능(AI)의 영향력은 날로 커지는 추세다. 기존 AI 모델들은 성능을 보장받기 위해 수천에서 수만 건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학습 데이터를 요구해 왔다. 하지만 실질적인 생물학 연구 현장에서는 실험을 거친 고품질 데이터가 극도로 부족하여 머신러닝(ML) 기술의 도입이 더딘 상황. 특히 생태계나 인체에 영향을 미치는 유기 화합물인 페나진(phenazine)을 변형하는 미지의 효소를 찾는 일은 오랜 과제였다. 페나진은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독성 물질로, 이를 무해하게 만드는 생체 반응을 추적하려면 수많은 대조군 실험을 거쳐야 하는 한계. 그러나 이에 관한 유전자 정보는 매우 희소하여 기존의 AI 기법으로는 예측 시스템을 구축하기 불가능에 가까웠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핵심 발견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다이앤 뉴먼(Dianne Newman) 교수 연구진은 유전체 맥락 정보를 활용하여 극소수의 데이터로도 작동하는 AI 프레임워크인 'ML-CITO'를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기존에 알려진 페나진 변형 효소 유전자 염기서열 단 14개만을 초기 학습 데이터(씨앗 데이터)로 사용한 것이 출발점. 이어서 연구진은 페나진 생합성 유전자 군집(BGC) 근처에 위치한 상동성 유전자를 추적하는 유전체 데이터 증강 기법을 도입하여 학습 데이터를 약 600개로 늘렸다. 증강된 데이터는 사전학습된 단백질 언어 모델(PLM)인 'ESM 캄브리안 600M'을 거치며 1,152차원의 고차원 벡터로 변환. 이 벡터 정보를 512, 128, 64개 유닛으로 구성된 3층 다층 퍼셉트론(MLP) 신경망에 입력한 뒤 대조 학습(contrastive learning)을 적용했다. ML-CITO 모델은 단백질 공간 내에서 페나진과 반응하는 후보 효소를 정밀하게 분류하는 기능. 연구진은 모델이 예측한 후보군 중 토양 세균인 판토에아 아글로메란스(Pantoea agglomerans) W2I1 균주에서 실제 효소 활성을 나타내는 단백질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새로 규명된 효소는 페나진과 세포 내 산화 환원 상태를 조절하는 글루타티온(GSH)을 직접 결합시키는 페나진-티올 접합효소(PTC). 기존 학계에서는 페나진과 GSH의 접합 반응이 효소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비효소적 화학 반응이라고만 간주해 왔다.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PTC가 페나진의 독성을 직접 완화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생화학 실험으로 입증한 것. 연구진은 20만 개 이상의 박테리아 유전체를 검색하여 30개 이상의 문(phyla)에 걸쳐 약 3,415개의 PTC 유전자 상동체가 널리 분포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의미와 전망
이번 연구는 단백질 데이터가 극히 적어 ML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웠던 연구 분야에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했다. 유전체 맥락 정보를 PLM과 결합함으로써 소량의 데이터만으로도 고성능 예측이 가능함을 입증한 셈. 이 프레임워크는 신약 개발, 생물공학적 물질 생산, 환경 정화 등 미지의 효소 기능 규명이 요구되는 다양한 바이오 산업 분야에 도입될 전망이다. 다만 ML-CITO 모델이 유전체 상의 보존된 물리적 위치 관계(BGC 등)에 의존하여 데이터를 증강해야 한다는 점은 극복할 과제. 유전적 맥락이 뚜렷하지 않거나 게놈 상에 흩어져 존재하는 단백질의 경우 데이터 증강 효과를 충분히 누리지 못할 우려가 따른다. 연구진은 앞으로 모델의 적용 범위를 더 넓은 단백질 군집으로 확장하고, 이번에 확인한 3,415개 유전자 상동체의 세부적인 생화학적 특성을 검증해 나갈 방침.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Volume 123, Issue 31, August 2026. SignificanceMachine learning excels when large, well-labeled datasets are available, yet many biologically important problems lack sufficient experimental data to support such approaches to discovery. This limitation is particularly acute for identifying ...
이번 연구의 실질적 가치는 항생제 내성 균주를 제어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 수립에서 두드러진다. 기회감염성 병원균인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이 분비하는 페나진계 독소는 폐 질환 환자에게 만성 염증을 유발하고 항생제 내성을 높이는 핵심 인자. 이 모델을 활용해 페나진의 작용을 방해하거나 PTC의 활성을 조절하는 저해 물질을 설계한다면 내성균 치료제의 효능을 개선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아울러 친환경 바이오 공정 분야에서도 미지의 유용 효소를 신속히 찾아내어 고부가가치 화학 물질의 합성 효율을 끌어올리는 효과. 유기 폐기물을 분해하거나 난분해성 화합물을 정화하는 유익 균주의 대사 경로를 재설계하는 작업 역시 유력한 적용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