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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는 건드리지 않는다 — 후성유전체 편집이 유전자 치료의 새 문법을 쓰고 있다

Nature·2026년 7월 13일AI 큐레이션
DNA는 건드리지 않는다 — 후성유전체 편집이 유전자 치료의 새 문법을 쓰고 있다
AI 요약 (Beta)Beta
## 배경 유전자 치료의 기본 전략은 오랫동안 DNA 서열 자체를 바꾸는 것이었다. CRISPR-Cas9이 대표적이다. 이중가닥 절단(DSB)으로 표적 유전자를 잘라내거나 교정하는 방식은 강력하지만, 의도치 않은 DNA 재결합이나 대규모 염색체 재배열 같은 안전성 문제를 수반한다. 무엇보다 DNA 서열 변이는 비가역적이다. 한번 자르면 되돌릴 수 없다. 그런데 세포가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방식은 DNA 서열 변경만이 아니다. DNA 메틸화, 히스톤 아세틸화, 인산화 등 약 900종의 크로마틴 조절인자와 1,600종의 전사인자가 유전자의 켜짐과 꺼짐을 정밀하게 제어한다. 이 화학적 표지(chemical tag)를 직접 다시 쓸 수 있다면, DNA 설계도는 그대로 둔 채 유전자 발현만 정밀 조율할 수 있지 않을까.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병원의 마리안 로츠(Marianne Rots)가 약 20년 전 제안한 이 아이디어가 이제 임상시험 단계에 진입했다. ## 핵심 발견 후성유전체 편집(epigenome editing)은 절단 기능을 제거한 Cas 단백질(dead Cas)에 가이드 RNA와 후성유전학적 효과기(effector)를 결합하는 구조다. 효과기 종류에 따라 유전자를 켜거나 끌 수 있다. 활성화에는 VP64(단순포진바이러스 유래 전사인자)나 TET1(탈메틸화 효소)을, 억제에는 KRAB 도메인이나 DNA 메틸트랜스퍼라제 복합체를 사용한다. 2016년 밀라노 산라파엘레연구소의 안젤로 롬바르도(Angelo Lombardo)가 보고한 'hit and run' 기법이 이 분야의 전환점이 됐다. 효과기를 일시적으로만 발현시켜도 장기 지속 효과를 얻을 수 있음을 입증한 것이다. 가장 앞선 전임상 데이터는 간세포의 PCSK9 유전자 억제 연구에서 나왔다. 롬바르도가 공동 창립한 보스턴의 nChroma Bio는 마우스에서 PCSK9 단백질을 98% 이상 감소시켰으며, 이 효과가 1년 넘게 유지됨을 확인했다. 부분 간절제 후 간세포가 분열·재생되는 조건에서도 효과는 지속됐다. 시노몰구스 원숭이에서는 PCSK9 90% 감소, LDL 콜레스테롤 70% 감소를 달성했다. 결정적으로, 메틸 마크를 제거하면 억제된 유전자를 다시 활성화할 수 있어 가역성까지 확보했다. 임상시험도 시작됐다. 듀크대학의 찰스 거스바흐(Charles Gersbach)가 공동 창립한 시애틀의 Tune Therapeutics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게놈을 후성유전학적으로 침묵시키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2026년 5월 유럽 간학회에서 발표된 결과에 따르면, 고용량 투여군에서 바이러스 바이오마커가 최대 17개월간 검출되지 않았다. 거스바흐 그룹은 2025년 프래더-윌리 증후군(Prader-Willi syndrome) 연구에서도 11,000개 이상의 가이드 RNA를 스크리닝해, 15번 염색체의 5~6메가베이스에 걸쳐 침묵된 모계 유전자를 단일 게놈 위치의 탈메틸화만으로 재활성화하는 '마스터 스위치'를 발견했다. CAR-T 세포 공학에도 적용 가능성이 열려 있다. CAR 유전자를 발현시키면서 동시에 두 개의 추가 유전자를 후성유전학적으로 침묵시키는 실험에서, 배양 세포의 80%가 세 가지 변화를 동시에 보였다. 기존 유전자 편집과 후성유전체 편집의 다중화(multiplexing)가 실현 가능함을 보여준 셈이다. ## 의미와 전망 후성유전체 편집의 핵심 장점은 유전자 발현을 이분법적 on/off가 아닌 연속적 스펙트럼으로 조율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약물처럼 용량 의존적 조절이 가능하면서도, 일회 투여로 장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현재 12개 이상의 기업이 이 기술을 탐색 중이며, 복수의 초기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로츠의 솔직한 인정처럼, "우리는 아직 규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생물학적 실험의 최종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DNA 메틸화, 아세틸화, 인산화, 바이오틴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작용하는 후성유전체의 복잡성은 여전히 시행착오를 요구하며, 체내 전달(in vivo delivery)을 위한 바이러스 벡터나 지질나노입자 기술의 최적화도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DNA 서열 변경 없이 유전자 발현을 재프로그래밍한다는 개념이 전임상과 초기 임상에서 반복 검증되고 있다는 사실은, 유전자 치료의 패러다임이 '절단과 교정'에서 '조율과 복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Nature, Published online: 13 July 2026; doi:10.1038/d41586-026-02151-xResearchers are rewriting the chemical tags on DNA and chromatin to tune gene expression.
💬왜 중요하냐면:

가장 가까운 임상 적용 시나리오는 만성 B형 간염이다. 현행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억제할 뿐 제거하지 못해 평생 복용이 필요한데, 후성유전체 편집으로 바이러스 게놈 자체를 침묵시키면 기능적 완치(functional cure)의 가능성이 열린다. Tune Therapeutics의 17개월 바이오마커 소실 데이터는 이 방향의 첫 임상 근거다. 심혈관 질환 영역에서도 PCSK9 억제는 이미 단클론항체(에볼로쿠맙, 알리로쿠맙)와 siRNA(인클리시란) 시장이 형성돼 있으나, 이들은 반복 투여가 필요하다. 후성유전체 편집이 단회 투여로 수년간 LDL 감소를 유지할 수 있다면, 치료 편의성과 비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다. 프래더-윌리 증후군처럼 특정 유전체 각인(genomic imprinting) 결함에 의한 희귀질환은, 해당 질환의 근본 원인인 후성유전학적 침묵 자체를 되돌린다는 점에서 원인 치료에 가장 가까운 접근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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