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사망 부르던 아밀로이드증, 신약 승인 10년 만에 생존율 4배로 상승

배경
의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도 희귀 질환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일은 여전히 현대 의학의 난제로 분류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비정상적인 단백질 축적으로 발생하는 아밀로이드증(Amyloidosis)이다. 이 질환은 잘못 접힌 단백질이 섬유사 형태의 아밀로이드 침전물을 형성하고, 이것이 체내 주요 장기에 점진적으로 누적되는 양상을 보인다. 누적된 침전물은 결국 장기 기능의 완전한 소실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과거에는 이 질병이 치료 대안이 없는 치명적인 질환으로 여겨졌다. 환자들은 진단 이후 급격한 증상 악화를 겪으며 조기에 사망하는 사례가 다수를 차지했다. 질병의 이질성이 높고 증상이 비특이적이어서 초기 진단 자체가 늦어지는 한계도 지적됐다. 기존 의료 현장에서는 장기 손상 속도를 늦추는 대증 치료나 장기 이식 외에는 대안이 없었다.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표적 치료법의 부재가 환자들의 예후를 어둡게 만든 결정적인 요인이다.
핵심 발견
국제 학술지 란셋(Lancet)에 게재된 최근 리뷰 논문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잇따른 신약 승인으로 아밀로이드증 환자의 생존율 곡선이 급격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특정 하위 유형 환자의 10년 생존율 추정치는 과거 약 5% 수준에서 최근 20%까지 네 배가량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치료 성적 향상은 잘못 접힌 단백질의 생성 단계부터 응집 과정까지 전방위로 차단하는 다양한 신규 약물들이 도입된 결과다.
특히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증(Transthyretin Amyloidosis, ATTR) 분야의 변화를 주목할 만하다. 간에서 생성되는 트랜스티레틴 단백질의 변성으로 발생하는 이 질환은 유전자 침묵 기술이 도입되며 전기를 맞이했다. 리보핵산 간섭(RNA interference, RNAi) 약물인 파티시란(Patisiran)과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ntisense Oligonucleotide, ASO) 약물인 이노테르센(Inotersen)이 2018년 전후로 승인되며 유전체 수준에서 원인 단백질 합성을 차단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 구조 안정화제인 타파미디스(Tafamidis)의 등장은 심근병증을 동반한 환자들의 생존 기간을 대폭 연장했다.
아밀로이드 경쇄(Amyloid Light-chain, AL) 아밀로이드증 치료에서도 진전이 감지된다. 비정상적인 형질세포가 경쇄 단백질을 과도하게 생성하여 발생하는 이 질환에는 다라투무맙(Daratumumab) 병용 요법이 도입됐다. 다라투무맙은 형질세포 표면의 CD38을 표적하여 종양성 세포를 제거하고 장기 기능을 보존하는 데 큰 보탬이 된다. 이처럼 각 하위 유형에 맞춘 유전자 수준의 억제제와 구조 안정화제의 등장이 치료 성과를 견인하는 주역이다.
의미와 전망
신약들의 잇따른 등장은 치명적이었던 희귀 질환을 관리 가능한 영역으로 끌어올리는 단초를 제공했다. 장기 부전으로 진행되는 속도를 늦추어 환자의 생존 기간을 늘렸을 뿐만 아니라, 중증 심부전이나 신부전으로 인한 장기 이식 대기 명단에서 환자들을 덜어내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로 이어진다. 제약 산업 관점에서도 축적 질환의 분자 메커니즘을 제어하는 플랫폼 기술의 유효성을 임상에서 증명했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극복해야 할 과제도 여전히 적지 않다. 20%로 올라선 10년 생존율은 여전히 다섯 명 중 네 명의 환자가 장기적인 생존에 도달하지 못함을 의미하는 수치다. 아밀로이드가 장기에 이미 비가역적인 손상을 입힌 뒤에는 신약의 치료 반응률이 크게 떨어진다. 결국 초기에 질병을 잡아낼 수 있는 고감도 바이오마커와 스크리닝 체계 구축이 선행되어야 함을 뜻한다. 아울러 초고가로 책정된 신약들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둘러싼 사회적 합의와 환자 접근성 개선도 핵심 과제다.
Improving outcomes for people with rare diseases is a major challenge, but it is possible. Amyloidosis is a heterogeneous group of rare disorders in which amyloid (misfolded protein deposits) accumulates in the tissues, causing progressive organ failure. Until recently, it was a rapidly fatal disease with few therapeutic options. However, as detailed in a Review in this issue, several new treatments have been approved since 2018, and for people with some subtypes estimated 10-year survival has increased from about 5% to 20%.
이번 연구 성과는 실제 임상 현장의 진단 및 치료 프로토콜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력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원인 불명의 심부전이나 말초신경병증 환자가 내원했을 때 아밀로이드증을 의심하더라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적극적인 감별 진단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제는 비침습적 신티그라피(Scintigraphy) 검사를 거쳐 혈액 내 유리 경쇄 분석을 신속히 진행하는 표준 경로가 자리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진단 즉시 환자의 유전자 변이 여부와 아밀로이드 유형에 따라 RNAi 치료제나 CD38 표적 항체 등을 맞춤형으로 처방하는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고 있다. 이는 골든타임 안에 비가역적인 심근 및 신경 손상을 방어하는 결과를 낳는다. 산업적으로는 유전자 조절 및 단백질 안정화 기술이 희귀 축적 질환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둠에 따라, 유사한 응집 기전을 보이는 다른 난치성 질환 치료제 파이프라인의 개발 속도를 높이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