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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 — 스페리·허블·위젤, 뇌는 병렬 분산 시스템이었다

좌뇌와 우뇌를 잇는 뇌량을 절제하면 두 사람이 한 몸에 갇힌다. 시각 피질의 신경 세포는 계층적으로 특징을 검출한다. 스페리·허블·위젤이 밝힌 뇌의 병렬 분산 처리 구조가 오늘 딥러닝 CNN의 뿌리가 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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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1년 노벨 생리의학상 — 스페리·허블·위젤, 뇌는 병렬 분산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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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하나의 통합된 컴퓨터가 아니라 병렬 분산 시스템이라는 사실이 어떻게 밝혀졌는지 이해하게 됩니다. 로저 스페리의 분리뇌 실험이 좌우 반구가 실질적으로 다른 인격을 가진다는 것을 실증하고, 데이비드 허블과 토르스텐 위젤이 고양이 시각 피질의 신경세포가 계층적으로 특징을 검출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이 두 발견이 어떻게 오늘 합성곱 신경망(CNN)과 딥러닝의 직접적 뿌리가 되었는지, 개인용 컴퓨터가 태동한 해에 뇌 이해가 어떻게 폭발했는지 함께 살펴봅니다.


상식과 다른 이야기 — 한 뇌 안에 두 사람이 산다

우리는 흔히 "나"라는 통합된 의식이 하나의 뇌 안에서 작동한다고 믿습니다. 좌뇌와 우뇌라는 말은 알아도, 대개는 좌우가 협력해서 하나의 결정을 내린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상식입니다.

스페리의 분리뇌 실험은 이 상식을 정면으로 뒤집었습니다. 뇌량(corpus callosum) — 좌우 반구를 잇는 신경섬유 다발 — 을 절제하면, 한 사람 안에 실질적으로 두 개의 독립된 의식이 존재한다는 것이 실증됩니다.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고, 왼쪽 시야에 본 것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며, 심지어 좌우가 서로 다른 결정을 내리기도 합니다.

한편 허블과 위젤은 다른 각도에서 뇌의 실체를 파고들었습니다. 시각 피질의 개별 신경세포는 무엇에 반응하는가. 상식은 "특정 물체나 얼굴에 반응하겠지"였습니다. 실측 결과는 다릅니다. 아주 단순한 특징 — 특정 각도의 짧은 선분, 특정 방향의 움직임 — 에 극단적으로 선택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리고 그 위 층의 세포는 이 단순 특징들을 조합해서 더 복잡한 특징을 검출합니다. 계층이 올라갈수록 추상화 수준이 높아집니다.

세 사람의 발견을 하나로 묶으면 이런 그림이 됩니다. 뇌는 통합된 CPU 하나가 아니라, 여러 특화된 프로세서가 병렬로 작동하고 계층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분산 시스템입니다. CS의 언어로 말하면, 듀얼 코어 CPU 위에서 돌아가는 계층적 합성곱 신경망에 가장 가깝습니다. 좌뇌·우뇌라는 두 코어가 병렬로 실행되고, 각 코어 안에서 시각·청각 등 감각 정보는 계층 필터를 거쳐 추상화됩니다.

이 비유는 물론 완전하지 않습니다. 뇌는 실리콘 코어처럼 명령을 순차 실행하지 않고, 확률적 발화 패턴으로 표현합니다. 다만 "모듈화된 병렬 처리 + 계층적 특징 추상화" 라는 구조는 40년 뒤 딥러닝의 승리가 실증했습니다.


시대의 풍경 — 개인 컴퓨팅의 여명과 신냉전

1981년은 정보 기술과 국제 정치가 동시에 전환한 해였습니다.

세계사에서 가장 결정적 사건 하나 — 8월 12일 IBM PC 5150 발매. 인텔 8088 프로세서, 16KB 램, 도스 운영체제. 이 상자 하나가 컴퓨팅을 대기업 전산실에서 책상 위로 내려놓았습니다. 개인용 컴퓨터의 시대가 이날부터 시작됩니다. 다음 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가 나오고, 그 다음 해 애플 리사가 나옵니다. 뇌 이해의 노벨상과 개인용 컴퓨팅의 대중화가 정확히 같은 해에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 뒤에 볼 이야기입니다.

국제 정치에서는 10월 6일 이집트 사다트 대통령이 카이로 군사 퍼레이드 도중 무슬림 형제단 계열 저격수에게 암살됩니다. 1978년 캠프 데이비드 협정의 주인공이 자국 극단주의자에게 사살당한 것. 12월 13일에는 폴란드 야루젤스키 정권이 자유노조 운동에 계엄령을 내립니다 — 동유럽 공산 정권의 마지막 힘겨루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6월 5일, 미국 CDC가 로스앤젤레스의 남성 5명에서 원인 불명 폐렴을 보고합니다 — 나중에 이 보고가 HIV/AIDS 팬데믹의 시작점으로 기록됩니다.

한국사에서는 3월 3일 전두환의 대통령 취임 — 제5공화국의 개막. 1980년 5월의 격변이 정치 시스템으로 확정된 순간. 삼청교육대 운영 마무리 국면, 컬러 TV 방송의 본격화, 이후 88 올림픽 유치(9월 서울 결정)의 준비. 정치는 억눌린 채, 소비 사회는 색깔을 얻어가던 이중적 풍경.

이 격변의 해에 노벨 위원회가 뇌의 병렬 분산 구조를 인정했습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한 해에, 뇌라는 궁극의 컴퓨터가 어떤 구조로 작동하는지의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인공 지능이 뇌를 모방하려면 무엇을 모방해야 하는지, 이 상이 답의 절반을 미리 준 셈입니다.


로저 스페리 — 캘리포니아 공대의 학제 융합자

로저 W. 스페리(Roger W. Sperry, 1913~1994) 는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입니다. 학문적 이력이 유난히 특이합니다. 학부에서는 영문학, 석사 과정에서는 심리학, 박사 과정에서는 동물학을 전공해 1941년 시카고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오늘날의 학제 융합 연구자의 원형에 가까운 궤적입니다.

박사 학위 이후에는 하버드대학교와 시카고대학교(1946~1954년 교수)를 거쳤고, 1954년 캘리포니아공과대학(Caltech)의 심리생물학(psychobiology) 석좌교수(Hixon Professor)로 임용됩니다. 이곳에서 그의 대표 연구가 30년간 진행되고, 1984년 정년 은퇴 후 명예교수(Trustee Professor Emeritus)로 유지되다 1994년 4월 파사데나에서 별세합니다. 그의 직위명 자체가 "심리생물학"이었다는 사실이 상징적입니다 — 순수 생물학이 아닌 심리학과 생물학의 교차 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졌다는 것.

스페리의 초기 연구는 신경 재생과 회로 형성이었습니다. 도롱뇽의 시신경을 절단하고 뒤집어 다시 연결하면, 도롱뇽의 시야도 뒤집힌다는 실험은 신경 회로가 엄격하게 사전 배선(hard-wired) 되어 있다는 것을 실증한 결정적 관찰이었습니다. 이 회로 특이성 원리는 나중에 화학친화가설(chemoaffinity hypothesis) 로 정착됩니다.

전환은 간질 환자의 뇌량 절제 수술과의 만남에서 시작됩니다. 1940년대 말부터 신경외과에서 약물 저항성 간질 발작을 억제하기 위해 좌우 반구를 잇는 뇌량을 절제하는 수술 — 뇌량절개술(callosotomy) — 이 시도되고 있었습니다. 발작이 좌우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극단적 조치였습니다.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놀랍게도 일상 생활에서는 거의 정상이었습니다. 지능 검사도 정상, 대화도 정상. 처음 관찰한 의사들은 뇌량이 그저 좌우를 이어 놓은 케이블일 뿐, 실제로는 별 기능이 없나 보다라고 결론지었습니다. 스페리는 이 결론을 믿지 않았습니다.


분리뇌 실험 — 좌우가 다른 결정을 내리는 순간

스페리가 대학원생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와 함께 설계한 실험은 극도로 정교했습니다.

핵심은 시야 반쪽에만 자극을 주는 것. 사람의 시야는 좌시야 정보가 우뇌로, 우시야 정보가 좌뇌로 교차 전달됩니다. 뇌량이 온전할 때는 이 정보가 즉시 좌우로 공유됩니다. 뇌량이 절단되면 각 반구가 자기 쪽 정보만 알게 됩니다.

환자를 화면 앞에 앉히고 정중앙을 응시하게 합니다. 좌시야에 짧은 순간(0.1초) 사과 그림을 보여줍니다. 정보는 우뇌로만 갑니다. 우뇌는 언어 능력이 없으므로 환자에게 "무엇을 봤나요?" 물어보면 "아무것도 못 봤어요" 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왼손(우뇌 통제)에 여러 물건을 만지게 하면 정확히 사과를 집어냅니다. 우뇌는 봤고, 손으로 반응할 수 있지만, 언어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더 극적인 실험도 있었습니다. 좌시야에 눈사람, 우시야에 닭발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좌뇌는 닭발을, 우뇌는 눈사람을 봅니다. 환자에게 여러 그림 중 방금 본 것과 관련된 것을 양손으로 하나씩 고르라고 하면 오른손(좌뇌)은 닭을 고르고, 왼손(우뇌)은 삽을 고릅니다 — 눈사람을 치우는 데 필요한 도구.

여기서 결정적인 순간이 옵니다. 왜 삽을 골랐냐고 물으면, 환자의 좌뇌(말하는 반구)는 닭장을 치우려면 삽이 필요하니까요 라고 답합니다. 좌뇌는 눈사람을 못 봤으므로, 왼손이 삽을 든 이유를 닭 이야기로 짜맞춰 설명합니다. 스페리와 가자니가는 이를 해석자(interpreter) 모듈 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좌뇌는 사후에 이야기를 만들어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이 기본 작동 방식입니다.

이 결과는 뇌의 기능 국재화에 대한 더 큰 그림을 열었습니다. 스페리는 좌반구는 언어·글쓰기·논리·추리를 담당하고, 우반구는 시각·예술적 감각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실증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연구를 효시로 이후 학자들의 후속 연구를 통해, 대뇌피질이 감각령(감각기관에서 오는 정보 처리) · 운동령(반응기관에 명령 발신) · 연합령(감각을 받아 종합·판단, 사고·기억) 으로 나뉜다는 그림이 완성됩니다.

CS의 언어로 이는 멀티프로세스 시스템의 사후 로그 정리와 비슷합니다. 여러 프로세스가 병렬로 작동해서 결과를 만들고, 리포팅 프로세스가 사후에 "이게 왜 일어났는지" 스토리를 만듭니다. 우리가 "내가 이렇게 결정했다"고 느끼는 것은 실행이 아니라 사후 로그의 서사화입니다. 다만 이 비유는 컴퓨터가 자기 자신을 속이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깨집니다 — 뇌의 좌뇌 해석자는 자신조차 속입니다.

스페리는 이 외에도 배아 발생 과정에서 신경이 뇌의 중추에 정확한 시점에 정확한 시냅스를 어떻게 형성하는가 하는 회로 형성의 정밀 기전 연구에도 몰두했습니다. 초기 신경 재생 연구가 이 방향으로 이어진 것.


허블과 위젤 — 존스홉킨스에서 하버드까지의 22년

데이비드 H. 허블(David H. Hubel, 1926~2013) 은 미국의 신경생물학자입니다. 특이하게도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부모가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이중 국적을 갖게 됩니다. 노벨상을 수상했을 때 영광이 어느 나라에 돌아가느냐가 화제가 될 정도였습니다.

허블은 대학에서는 수학·물리학·화학을 좋아했고, 그 분야의 성적이 대단히 좋았습니다. 그러나 고교에서도 생물은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1957년 맥길대학교 의과대학에 합격 — 스스로도 평생 신기하게 여겼다고 훗날 술회합니다. 의대에서는 생물학 실력이 부족해 한동안 고생했다는 회고도 있습니다. 1951년 맥길대학교 의학박사를 받은 후 1955~1958년 존스홉킨스대학교 교수로 이동합니다. 이 시기에 위젤을 만나 오랫동안의 공동 연구가 시작됩니다.

토르스텐 N. 위젤(Torsten N. Wiesel, 1924~ ) 은 스웨덴의 신경생물학자입니다. 1954년 카를린스카연구소 의학박사 학위를 받고, 1955년 미국으로 건너가 존스홉킨스대학교에서 허블을 만납니다. 위젤은 각종 스포츠에 재질이 많아 고교 시절 체육부장을 지냈고, 이를 생애 최고의 성취감을 맛본 시기였다고 자랑했다는 일화가 전해집니다.

두 사람의 성향은 상보적이었습니다. 허블은 이론에 강하고 즉흥적, 위젤은 실험에 정밀하고 신중. 서로가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웠고, 1959년부터 두 사람은 함께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으로 옮겨 연구실을 운영합니다. 허블은 19591982년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1983년부터 명예교수. 위젤은 19591983년 하버드대학교 교수, 1983~1998년 록펠러대학교 교수·총장을 지내다 명예총장이 됩니다. 22년 넘게 이어진 이 공동 연구는 신경과학 역사상 가장 생산적인 이인조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두 사람의 목표는 하나 — 개별 신경세포가 시각 정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직접 측정하기. 마취된 고양이의 두개골을 열고 미세 전극을 시각 피질에 삽입 — 개별 신경세포 하나에 도달할 때까지. 세포 하나의 발화(전기 신호)를 스피커로 들려주면서, 스크린에 여러 자극을 비춰봅니다. 세포가 반응하면 그 자극이 이 세포의 관심사입니다.

첫 발견은 거의 우연이었습니다. 1959년 어느 날, 두 사람은 슬라이드 프로젝터로 여러 원반 그림을 고양이에게 보여주며 시각 피질 세포를 자극하고 있었습니다. 세포는 조용했습니다. 그러다 슬라이드를 교체하는 순간, 프로젝터의 슬라이드 끝 가장자리 — 즉 특정 각도로 스크린을 가로지르는 선 — 가 지나가면서 세포가 폭발적으로 반응했습니다. 우연히 발견한 것 — 이 세포는 특정 각도의 선분에 반응한다.


시각 피질의 계층 구조 — CNN의 원형

체계적 실험이 이어졌습니다. 허블과 위젤은 일차 시각 피질(V-1)의 신경세포를 두 종류로 분류했습니다.

단순 세포(simple cell) 는 시야의 특정 위치에 있는 특정 각도의 짧은 선분에만 반응합니다. 각 세포마다 좋아하는 각도가 다릅니다 — 어떤 세포는 수직선에, 어떤 세포는 45도 사선에, 어떤 세포는 수평선에 반응. 시야 전체를 커버하기 위해 각 위치마다 여러 각도 전문 세포가 배치됩니다.

복합 세포(complex cell)특정 각도의 선분이 시야를 지나가는 것에 반응합니다. 위치는 어느 정도 유연합니다. 단순 세포의 출력을 조합해서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입니다.

초복합 세포(hypercomplex cell) 는 더 복잡합니다. 특정 길이의 선분, 특정 방향의 모서리, 특정 방향의 움직임에 반응. 계층이 올라갈수록 특징의 추상화 수준이 높아집니다.

이 계층 구조를 그림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픽셀 → 특정 각도 선분(단순) → 위치 유연 선분(복합) → 모서리·길이(초복합) → 형태 → 물체 → 얼굴

두 사람은 나아가 V-2 부위의 기능과 시각령의 각 부위가 어떤 종류의 시각 정보(물체의 형태, 색깔, 동작, 원근 등)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는지도 철저히 조사했습니다. 눈의 망막에서 발생한 수많은 신경흥분이 뇌의 시각령에서 하나의 상으로 판독되는 과정 — 위젤이 특히 밝힌 이 판독 과정은 암호가 해독되듯 뇌 안에서 "판독" 된다 는 관점으로 정리됩니다.

이것이 오늘 합성곱 신경망(CNN)의 정확한 구조입니다. 1980년 후쿠시마 쿠니히코(福島邦彦)가 허블·위젤의 발견에서 영감을 받아 네오코그니트론(Neocognitron) 을 설계했고, 1998년 얀 르쿤(Yann LeCun)이 LeNet을 만들었으며, 2012년 알렉스 크리제프스키가 AlexNet으로 이미지넷 경연에서 압승합니다. 계층적 특징 검출이라는 아이디어가 뇌에서 딥러닝으로 직행한 것.

CS의 언어로 시각 피질은 계층적 합성곱 필터 뱅크입니다. 하위 층은 로컬 특징(엣지)을 검출하고, 상위 층으로 갈수록 receptive field가 커지고 특징이 추상화됩니다. 오늘 스마트폰의 얼굴 인식이 작동하는 원리 — 그 원리의 뿌리가 1959년 하버드 지하실의 고양이 실험입니다.

이 비유는 컴퓨터 CNN이 학습(backpropagation)으로 필터를 얻는 반면, 뇌의 시각 피질은 발생과 초기 경험으로 필터를 얻는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다만 최종 구조 — 계층적 receptive field 확장 — 는 놀랍도록 일치합니다.


결정적 실험 — 발달 시기와 뇌 가소성

허블과 위젤은 발달의 결정 시기(critical period) 실험도 함께 진행했습니다. 새끼 고양이의 한쪽 눈을 초기 몇 주간 가리면, 그 눈은 평생 시력이 손상됩니다. 뇌의 해당 시각 피질 영역이 다른 눈에 의해 정복되어 버립니다. 결정적 시기가 지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 발견은 임상적으로 즉시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아 사시(strabismus)와 약시(amblyopia)의 치료 원칙 — 조기 발견, 조기 개입 — 이 이 연구에서 나옵니다. 그전까지는 아이의 시력 문제는 크면 해결된다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결정적 시기 안에 처치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됩니다.

CS 관점에서 이 발견은 강화학습에서의 탐색-활용 트레이드오프의 생물학적 실증에 가깝습니다. 발달 초기에는 뇌가 유연한 탐색 모드로 회로를 형성하고, 결정적 시기 이후에는 활용 모드로 굳어집니다. 한 번 형성된 필터는 쉽게 재학습되지 않습니다 — 이것이 성인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기 어려운 신경학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학문적 파급 — 뇌생물학의 이정표

세 사람의 연구는 뇌 각 부위의 기능에 관한 뇌생물학의 결정적 이정표입니다. 뉴런의 흥분 전도와 시냅스에 관한 연구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뇌에서의 인식 기능이 해명되지 않으면 사고와 행동의 원리는 미궁에 남습니다. 스페리·허블·위젤의 연구가 이 미궁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 상 이후 뇌 연구는 순수 생물학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심리학·동물행동학·의학으로 확장됩니다. 각종 뇌질환, 특히 정신병의 진단·치료에 이 연구가 기초를 놓습니다. 뇌를 자극과 반응이라는 행동주의적 블랙박스가 아니라, 부위별로 특화된 기능이 병렬로 협력하는 구조 로 보는 관점이 확립된 순간입니다.

세계 각국이 뇌생물학 연구에 막대한 인력·연구비를 투입하기 시작한 시점도 이 상 이후입니다. 오늘 미국의 BRAIN 이니셔티브(2013~), 유럽의 Human Brain Project(2013~), 일본의 Brain/MINDS(2014~), 한국의 뇌연구촉진법(1998, 2007 개정)이 모두 이 계보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오늘 이어지는 유산

세 사람의 발견이 오늘 이어지는 파급은 극명합니다.

스페리의 분리뇌 연구는 오늘 뇌 편측화(lateralization) 연구, 뇌졸중 재활 프로토콜, 신경심리 평가의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언어는 좌뇌 브로카·베르니케 영역", "공간 인지는 우뇌 후두정엽" 같은 국재화(localization) 개념이 임상 지도가 되었습니다. 가자니가는 이후 인지신경과학(cognitive neuroscience) 이라는 분야를 창시합니다.

허블·위젤의 시각 피질 연구는 오늘 딥러닝의 이론적 뿌리입니다. CNN이 이미지 인식·얼굴 인식·자율 주행·의료 영상 진단에서 인간 수준을 능가한 것은 시각 피질 구조를 모방한 덕분입니다. 2018년 튜링상 3인방(힌튼·르쿤·벤지오)의 공로가 실질적으로 1959년 하버드 지하실에서 시작된 셈입니다.

임상 신경학에서 결정적 시기 개념은 소아 안과·언어치료·인지 재활의 원칙이 되었습니다. 뇌 가소성(neuroplasticity) 연구가 이 발견 이후 폭발적으로 확장되어, 오늘 뇌졸중 재활, 신경 인터페이스, 뇌 자극 치료의 이론 기반이 됩니다.

한국의 임상 현장에서도 파급이 즉시 관찰됩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서울대·연세대 소아안과에서 약시 조기 치료가 표준화되고, 신경외과에서 뇌량절개술과 관련 연구가 진행됩니다. 오늘 KAIST·POSTECH의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딥러닝 논문을 낼 때마다, 그 계보의 뿌리에 이 세 사람이 있습니다.


왜 중요한가

세 사람이 남긴 것은 "뇌는 통합된 컴퓨터가 아니라 병렬 분산 시스템이다" 라는 확립입니다.

스페리가 실증한 것은 좌우 반구가 실질적으로 독립된 처리 단위라는 것 — 듀얼 코어. 허블과 위젤이 실증한 것은 시각 정보가 계층적 필터를 통해 추상화된다는 것 — 계층적 특징 추출. 이 두 원리가 결합해 오늘 딥러닝이 작동합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등장한 해에 뇌의 병렬 분산 구조가 노벨상을 받은 것은 시대적 우연이 아닙니다. 정보 처리라는 관점에서 인간이 자기 자신을 이해하기 시작한 순간, 인간은 자기가 만든 기계에도 그 구조를 이식하려 시도합니다. 1981년부터 40년이 흘러, 오늘 우리는 뇌를 흉내낸 컴퓨터에게 다시 뇌를 이해받고 있습니다.


이 상 이후 뇌 이해의 흐름은 다음으로 이어집니다.

  • 1986년 파넬리·잘츠만·뉴섬의 시각 피질 MT 영역과 움직임 인지 — 상위 시각 처리의 세부화
  • 2000년 칼손·그린가드·캔들의 신경계 신호 전달 — 시냅스 화학 기전
  • 2014년 오키프·모저 부부 — 해마의 공간 인지 격자세포, 뇌의 GPS
  • 2024년 힌튼·홉필드(물리학상) — 인공 신경망의 통계역학적 기초, 스페리·허블·위젤 계보의 최종 수렴

이 발견이 CS로 넘어간 결정적 순간들:

  • 1980년 후쿠시마 네오코그니트론 — 허블·위젤 논문을 직접 인용
  • 1998년 얀 르쿤 LeNet-5 — CNN의 실용화, MNIST 손글씨 인식
  • 2012년 알렉스넷 — ImageNet 압승, 딥러닝 시대 개막
  • 2017년 트랜스포머 — 시각·언어를 통합한 어텐션 메커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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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1980년 — 베나세라프·스넬·도세 → 다음: [1982년 — Batch 8 진행 중]